환상적 장치 없이도 이미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토피 환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서두의 공포가 섬세하다. 때문에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고통을 근원적인 공포로 확장시키는 전개를 기대했으나, 전반적인 내용은 좀비물의 전형을 좇는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포는 내 몸을 갉아먹는 증상보다 타인에 의해 찍히는 낙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양이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차적 가해자는 몸의 병이지만 평생을 쫓아 결국 그를 끝장낸 것은 사회적인 낙인이라는 것.
시어에 가까운 단어를 채용하여 다채로운 맛을 내는 문장을 구사하는 반면, 종종 시적 허용으로 간주하더라도 독해를 방해하는 비문이 보인다. 서두 문장은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