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그의 세 번째 손 (작가: 화룡, 작품정보)
리뷰어: 샤유, 18년 1월, 조회 107

다큐멘터리(혹은 저널리즘)의 형식을 빌린 이 소설은 첫 파트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인간의 혼혈인 우진이 리그 결승전의 마지막 상황에서 그에게 달린 세 번째 손으로 버저비터를 넣는 장면이죠. 이후 소설은 이 점에서 가지를 치며 우진과 그를 둘러싼 상황, 나아가서 세계의 형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은 명확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고,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크게 나누면 세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칙에 기반한 의견, 인종주의적인 편견에 기반한 의견,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견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의견이 두 번째를 반박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그가 세 번째 손을 자르기 전까지는 농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렇게 우진은 농구를 그만두게 되고요.

결국은 시대의 변화와 그 격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계인과의 교류가 활성화된 시대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농구, 나아가서 세상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주인과의 교류가 천천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추측할 수도 있겠네요. 퍼스트 컨택트의 쇼크는 지나갔지만, 아직 평형 상태가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우진과 수진, 두 남매는 그 비평형 상태의 한복판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둘은 그 상황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죠. 수진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순응하는 편이며, 인간의 룰을 따르려 노력합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부르게 편하게 하기 위해 이미 인간의 형식으로 정한 이름인 최수진을 수지 초이라고 한번 더 바꾸는 식입니다.

우진의 경우에는 반대로,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세계와 불화합니다. (누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에이드거란 자기 아버지의 성을 굳이 찾아 따르는 것이죠. 그렇게 둘은 각자의 방식대로 세계에 자신의 위치가 있음을 증명하려 합니다. 오직 세상에 둘밖에 없는 외계인 혼혈이지만, 한명은 자신이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보임으로써, 한명은 (어쩌면 페널티일지도 모를) 다름을 안고서라도 자신이 룰을 지키고 세상에서 자리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요.

우진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결국 그가 농구 선수로써, 나아가서 세계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니까요. 우진은 세 번째 손을 달고서도 인간과 다르지 않은 플레이를 했고, 결국 사람들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그를 인간의 규격에 넣고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위치를 인정한 것입니다. 결국, ‘인간과 다르지만 인간의 룰을 지키는 외계인 혼혈 우진’이 아니라, ‘인간과 다를 것 없는 외계인 혼혈 우진’을 받아들인 겁니다. 이 괴리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고, 도입부에 제시되는 사건은 그 결과일 뿐인 거죠.

NABC의 선택은 그런 점에선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들이 받아들인 우진 또한 전자보단 후자의 것이니까요. 사실은, 우진에게 호의적인 의견들조차 우진의 ‘다름’을 온전히 인정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다름’이 표면에 드러난 이상, 세계는 이전과 같은 형태로 남아있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이지만, 이 글의 도입부와 마무리는 각각 영상(을 글로 옮긴 것)으로 시작해 영상으로 끝나는데, 막상 본문에 들어가면 자신을 ‘필자’라고 소개하는 등 다큐멘터리인지 저널리즘인지 헷갈리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터넷 기사일지도 모르겠네요. 시작과 끝에 영상을 올려놓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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