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악수를 위해:그의 세 번째 손 감상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그의 세 번째 손 (작가: 화룡, 작품정보)
리뷰어: 위래, 18년 1월, 조회 83

*미리니름 주의! 이하의 리뷰는 작품 내 주요 요소와 서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먼저 읽은 뒤에 읽어주세요.

본 작품은 ‘세 번째 손’이라는 주제를 논픽션의 형태를 빌린 가상 르포로 쓰여져 있다. 말미의 4장 부분에 대한 처리를 볼 때 가상의 다큐멘터리를 소설화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이 작품은 주인공의 내부 또는 가까이에서 시작되기 보다, 보다 먼 외부, 객관적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다가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작품은 몇 개의 단계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작중의 근미래의 SF 세계관과 ‘우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개를 보여준다. 등장하는 각 인물들은 우진이 농구 경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세 번째 손을 통해 골을 넣고 그것이 무효골로 처리 된 것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밝히며 그에 대한 여러가지 근거들을 내세운다.

그런 근거들은 그 무효골 처리에 대한 찬성과 반대, 더 나아가 세 번째 손을 가진 우진에 대한 선수 생활이 타당한지 아닌지로 이어진다. 이러한 논리의 전개는 각자 일견 타당해보이며, 곧장 또 다른 반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독자의 우진에 대한 판단을 유예시킨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은 이러한 모큐멘터리가 전개되면서 이 세계관엔 외계인이 존재하며, 우진은 외계인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세 번째 손이 단순히 유익한 것이 아니라 농구를 하는 우진에게 고통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등 세세한 정보들을 통해 작품 속 세계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간다.

디테일적인 면에서 선명한데다 각 논지들의 설득력이 뛰어나, 이것이 가상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SF가 보여주는 가치 중 하나인 ‘예견되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은 ‘외계인이 정말로 나타난다면?’으로 뭉뚱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작품은 그것만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끝에서 스포츠 스타인 우진은 ‘불우한 가족사’로 명명되곤 하는 소시민의 삶이 드러나며(물론 그의 아버지가 외계인이라는 점에서 소시민인가 하는 아이러니한 구석은 있다), 그가 세 번째 삶에 대해 느껴왔을 고충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이런 소동들과 과거에도 불구하고 우진의 현재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그가 여전히 세 번째 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 번째 손’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독자들이 본 작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일종의 안도는 우진의 ‘과잉’이 사실은 ‘결손’과 마찬가지로 그를 괴롭게 했으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잉과 결손은 한 가지면에서 같다. 더 가지거나, 덜 가진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가상 르포가 우진의 남다름, 세 번째 손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임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이미 우진이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에 도달한다. 손을 뻗으면 그의 세 번째 손을 붙잡을 수 있을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대부분 두 개의 손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것을 가지고 떠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따금 깨달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읊조리기도 한다. 본 작품이 그런 우리네의 모든 관용과 이해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애초에 그렇게 거창한 작의에서 시작되지 않았음이 작가의 말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흠결이 아니다. 이 담백하게 뭉쳐진 세계에서 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은 응당한 뿐이다.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또한 그런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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