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냥 잠들기는 아쉬운 무술년 새해 첫 날입니다.
셜리 에스반..(이렇게 불러도 되겠죠?) 새해 첫 날 읽어서 더 그런지 뉘앙스가 남는 단편이네요.(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2018년 1월 1일 처음 읽은 작품은 BornWriter님의 판타지이지만 느낌 상으로는 2017년 밤인 듯…) 좋은 느낌이기에 그 느낌을 잊기 전에 감상을 나누고 싶어서 몇 자 적게 됐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작품에 대한 두서없는 독자 감상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포 있습니다.
우선,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호러라고 생각하고 패스하신 분들이 있다면(제가 그럴 뻔 했거든요) 그러지 마시라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잔잔한 글이에요.
셜리 에스반..은 저로서는 많이 접하지 못했던 스타일의 단편인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발랄하고 통통 튀고 왠지 예쁠 것만 같은 캐릭터들인데 소설 속의 사건은 마냥 재미있게만 보기에는 뭔가 여운이 남는.. 잘 쓴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굳이 장르를 끼워 맞추려 하면 작가님께 실례가 될 수도 있겠네요.
셜리가 발견한 손목은 무시무시한 범죄의 결과물 같은 것이 아니라(아마 작가님은 애초에 그런 여지 같은 것을 주려는 의도도 없으셨을 듯) 이미 지나간 사랑의 덜 아문 흉터 같은 것이었고 결국 원래 주인을 찾게 되죠. 그 과정에서 셜리도 어쩔 수 없이 옛 사랑의 흔적을 돌아보게 되고요. 하지만 그 흔적도 이제는 그리 큰 것은 아니어서 천진난만한 엘리의 아이스크림 애드리브에 담담히 묻혀지는 듯.
정말로 마음의 집착, 상처, 욕망 같은 것들을 육신에서 떼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아아 제가 이런 글을 쓰다니(부르르). 저는 원래 감상적인 글은 성격 상 잘 못 쓰는데, 밤인데다가 셜리 에스반..의 감상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가 내일부터는 연휴도 끝나고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애절함(?) 때문인가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귀엽고 수다스러운 모텔 종업원들과 엄한 척 하지만 안 무서운 사장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추억하는 옛 사랑 같은 것들이 모두 좋았습니다.
한 가지, 작중 인물들의 성별이 저는 좀 헷갈리더군요. 쭈욱 레브가 여자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러브레터의 남자’라는 대목을 보고서야 남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맞나요?) 그리고 처음에는 밀로코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렸고요(여자 맞죠??) 어쩌면 호텔 사장 이외에는 전부 여성적 캐릭터를 밀고 계신 듯?
연휴 마지막 날에 재미있는 글 읽게 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건필하시길 빕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셜리 에스반과 유쾌한 친구들이 별난 모텔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까요?(꼭 작가님을 압박하는 것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