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카차에 끌려가는 자동차 공모

대상작품: 그 남자의 추리소설 (작가: Magicafe,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1월, 조회 87

이 작품은 작품 내의 소설이 상당히 중요하게 등장한다. 편의상 본 작품 ‘그 남자의 추리소설’을 소설로, 작 내에서 주인공 ‘황제성’이 쓴 사건C 를 비롯한 일련의 작중 작을 ‘웹소설’ 이라 칭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20화까지 소설의 재미를 찾기 힘들었다. 이 소설의 강점 중 하나는 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각 사건은 적절하게 종결되어 다음 막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알기 힘들다. 때문에 탄탄한 구조가 지니는 힘이 많이 퇴색된다.

20화 이후 소설이 재미있어졌다는 의미는, 주인공 ‘황제성’이 죄책감에 각성하고, 사건을 해결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겠다는 뚜렷한 욕망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전까지 소설의 서사를 끌어가는 ‘오세호’ 형사의 욕망은 뭘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범인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게 전부이며, 심지어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19화 이전에 그만두고 싶었던 지점이 몇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6회에서 ‘웹소설’과 황제성과의 대화를 통해 범인의 내적 논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장면이었다. 후반부 본격적인 추리풀이가 시작될때 황제성은 범행동기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세운다. 즉 ‘황제성’이 멋지게 활약해야 하기 때문에 만든 작위적인 장면으로 보인다.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가 왜 범행동기를 생각하지 않는가? 모방범죄 아니면 공범이겠지. 범행동기의 파악 없이 이렇게 넘기는 것은 형사를 너무 무능하게 설정한 것이나 형사의 욕망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의 욕망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논란을 최소화하고 수사를 종결짓는 것이 아닐까. 웹소설에서 시작한 사건이라면 모방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웹소설을 내리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중요한 디테일은 아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한 번만 생각해 봐도 놓치지 않았을 디테일이기도 하다.

차라리 무능하게만 묘사되었다면 이해 가능하나,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언론 노출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는 등 충분히 유능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더더욱 경찰의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가가 경찰보다 유능한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지만, 황제성이 하는 것을 경찰이 하지 못하는 것은 이상하다. 최소한 헛다리라도 짚어주는 것이 이런 장르에 등장하는 경찰의 역할이 아닐까. 그리고 헛다리를 짚는 이유는 과도한 의욕, 즉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레카차에 끌려가는 자동차를 보는 기분이다. 어째꺼나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그걸 주행이라 부르지는 않으니 말이다.

즉 20화 이전에는 작중 인물의 욕망이 강력하지 않기에 긴박감이 없다. 황제성이 유명해지기 위해서 뭐든지 하는 절박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평소에 저지른 짓들이 모두 이 살인사건을 띄우기 위해 황제성이 하고도 남을 거란 증명이 된다면 어떨까. 물론 설정에서 그런 흔적은 보인다. 소설로 성공할 것이란 자기확신. 인터넷으로 습득하기에는 너무 정교한 지식. 그러나 이것을 망상으로 못박아 둔다. 동물실험의 흔적이나 그런 끔찍한 가능성을 좀 더 열어뒀다면 어땠을까.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저 설정집에 불과할 것이다.

20화 이후에 황제성이 각성과 함께 능동적으로 나서면서 이야기는 재밌어 진다. 이는 사건 해결편이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장인물의 욕망이 투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전까지 황제성은 그냥 협조해달라고 협조하고 생각하다니 생각하고 그런 캐릭터였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죄책감. 진상을 밝혀 수습하는 책임감. 때문에 드디어 욕망이라는 연료를 태우는 엔진을 보는 기분이다. 레카차에서 풀려난 자동차 말이다.

또한 이는 프롤로그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프롤로그가 황제성 본인이 쓴 웹소설임을 떠올려 보면, 본인의 악몽뿐만 아니라 본인의 희망이 구현되는 부분이다. 프롤로그의 내용은 천재적인 탐정이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즉 황제성이 마포경찰서 및 여러 이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내용이다. 프롤로그가 일종의 복선으로 작용하면서 비슷한 구조로 전체 소설이 진행되는데, 노린 것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면 될 것이고, 특별히 노린게 아니라면 재능이 있다는 증거일테니, 앞으로 그 사용법만 제대로 알면 될 것 같다. 다만 계속 지적하듯이 20화를 기점으로 이번에는 오세호를 비롯한 마포경찰서의 비중이 확 줄어드는데, 이 까닭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말하듯 캐릭터에 불어넣은 욕망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작가의 기분이 상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14화에서 17화 초반부까지, 약 원고지 100장 정도를 할애해 웹소설의 일부를 보여준다. 살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다. 그러나 이것은 저열한 포르노그라피일 뿐이다. 공개된 장소에 스너프필름을 전시하는 까닭이 뭔가? 작가님이 포르노그라피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빈말은 하지 않겠다. 본인이 뭘 쓰는지 자각하길 바란다. 포르노그라피를 전시할 것이라면, 좋다. 그러나 공개할 장소가 이곳은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좀더 세련된 방식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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