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한번 이렇게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유명한 말일 겁니다.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게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다”라고.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결과만 말해볼까요, 영웅은 과연 없어져야 하는 걸까요?
감히 단언해 보자면, 네,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번에 일어난 끔찍한 화재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떠올릴 사건은 많습니다. 굳이 소방관이 아니어도 됩니다. 경찰이어도 괜찮아요. 군인이어도 괜찮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판타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용사라는 직업이어도 좋아요. 물론 작가의 생각이 아닌 온전히 제 생각입니다. 제가 그런 것에 대해서 리뷰를 쓰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읽힌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좋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영웅이 나타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엄청난, 뭔가 대단한, 뭔가 태어날 때 부터 선천적으로 위대한 영웅들이 나타나서 이 부조리한 현실을 모두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 처럼 말이죠. 흔히, “영웅이 필요한 자리에 영웅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냐 라는 거죠.
그러면 그런 영웅들은 말이죠, 일부의 목숨이라도 구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면 안 되는 걸까요? 영웅은 희생하는게 당연한 거예요?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비난받는 영웅들. 더 완벽할 수 있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대중을, 구해야만 하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요.
그렇다면 영웅들은 왜 내심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요.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도저히 하지 못하는 재능을 타고 났으니까? 직업이니까? 그래서 참사의 피해자를 전부 구해내야 하는게 맞는건가? 힘 있는 자들의 의무. 그렇게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건가요? 혹은, 그런 일 하라고 돈을 받는 거니까, 당연히 전부 구해 냈어야지!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사회를 이루는 평범한 소시민들은 영웅에게 그 모든 책임을 지우고는 비난해도 괜찮은 거군요.
……왜?
개인적으로 저런 말은 평범한 사람인 저로서는 굉장히 짜증나요. 왜냐하면 이런 논리는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나지 않게 태어나면 영광스러운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요. 위대한 능력이 있어야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우리 사회에는 은연중에 그런, 마치 안개처럼 진득한 패배주의와 냉소주의가 펴저있는 모양입니다. 이해는 갑니다. 노력에 걸맞은 대가를 받는 사회와는 분명 거리가 머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영웅들도 결국에는 살이 찢어지고, 한쪽으로는 뜨거운 피가 튀고,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 가는 평범한 인간일 텐데. 영웅이라고는 해도 좀 더, 위대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일 뿐인데, 내심 그걸 인정하는 건 싫은 게 아닌건가요?
그 비판이라는 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거창한 의도에서 나온 비판이 아니라 그냥 뛰어나서 꼴보기 싫은 저 사람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건 아닌건지? 그래서 영웅은 없어져야 해요. 결국 누구 한 사람의 희생으로 지탱되는 사회가 영웅이 바라던 정의로운 사회는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이하부터는 글 자체에 대한 내용입니다. 글 자체를 읽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언어 유희에 다시 마음 잡고 읽게 되었습니다. 좋았네요. 그렇지만 문단을 조금 더 나눠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