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주는 보상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국수 (작가: 연희,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12월, 조회 90

어릴 때 동네에 국수가락을 뽑아서 소면을 만드는 가내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동네 곳곳에 그런 소면 뽑는 집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린시절 그렇게 가난한 시절도 아니었지만 여하튼 때마다 국수를 즐겨 먹던 시절이었습니다.. 할머니나 엄마도 출출하면 멸치 육수낸 국물을 아이스박스나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고명이랑 여러 야채를 올려서 금새 상에다 올려놓곤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 어른들 새참으로도 국수는 늘 인기였죠, 물론 라면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 시절엔 라면보다 국수가 더 자연스러운 요깃거리가 아니었나 기억합니다.. 요즘도 한번씩 국수가 먹고싶으면 안사람에게 부탁을 하되 제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린 녀석들을 살짝 꼬드긴 후 쟤들이 먹고싶데,라고 하면서 요청을 하죠, 그럼 언제나 금새 뚝딱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행군 다음 쫄깃쫄깃한 면빨에 계란 고명을 올려서 오이와 다진 김치와 함께 양념장을 첨가하면 맛난 국수의 즐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늘 우리집의 부엌 찬장에는 항상 국수 소면이 들어있습니다..

먹고 싶네요, 제목이 “국수“인만큼 날씨도 무척이나 쌀쌀한데 따뜻한 국수 한그릇이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아동학대와 폭력을 다룬 상당히 자극적이고 불친철한 감성적 극단성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작가님께서 보여주는 몇몇 작품의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인간의 잔혹한 극단적 감성을 대단히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인 것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제가 읽었던 다른 작품에서 느꼈던 대단히 극단적인 절망적 감성의 바닥을 헤매는 느낌과는 조금 그 의도가 다르게 와닿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인물을 통해 드러내는 불안한 심리의 극단적 감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설정과 구성상에서 그려내는 상황의 감성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감성적 논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한 심리적 절박함과 극단적인 감성적 지옥을 밑바닥부터 이끌어내어 일종의 공감적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고자 하신 모냥입니다.. 솔직히 전 작가님의 전 작품인 ”언니, 그냥 죽어“을 읽고나선 제가 느낀 감정적 불편함에 대해 나름 안좋은 독후감을 끄적거린 적이 있죠, 솔직히 그 작품에서 휘몰아치는 인물들의 감성적 절망감이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인물의 설정과 그 구성적 상황에 따른 인물의 심리와 감성의 극단성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점을 무시할 순 없네요, 일단 줄거니 잠시 보고 옵시다..

한 여성이 국수를 삶고 있습니다.. 따숩게 와닿는 국수의 요리방법은 송이와 함께 편안한 시작을 만들어주는 듯 싶습니다.. 송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엄마에게서 심하게 목이 졸리는 폭력을 당한 후 상처를 치료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죠, 의사에게는 미끄러져생긴 상처라고 둘러댔지만 믿지 않은 눈치입니다.. 다시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엄포를 듣고 송이랑 집으로 돌아온 여성은 힘들때마다 국수를 만들어 송이와 맛있게 먹고는 송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르는 폭력은 과거 자신의 양엄마가 자신에게 저지른 학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양엄마도 그녀에게 폭력을 가한 후 늘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랬죠, 그때 엄마의 미안해는 널 죽이고 싶어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여성의 이야기로 볼 때 이 여성은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중인가봅니다.. 그리고 가희로 불리우는 이 여성의 과거로 이야기는 돌아갑니다.. 어린시절 가난한 친엄마가 자신을 보육원에 버린 후 그녀는 굶주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보육원에서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네요, 그리고 가희는 어린아이임에도 좋은 부자 양부모를 만나서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꿉니다.. 자신의 친엄마는 찢어지게 가난하서 자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으니 양부모에게 사랑받고 살고 싶은 것이죠, 자신을 버리던 날 친엄마도 가희에게 국수를 삶아줬습니다.. 어느날 보육원을 찾은 부부를 통해 선택받은 가희는 그들의 집으로 향합니다.. 궁전처럼 넓은 정원을 가진 부자집이었죠, 가희는 행복으로 가득한 삶만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늘 애정으로 대하는 양엄마에게 과거 자신이 사랑이라 여기는 국수를 만들어줄때마다 자신은 행복하다고, 이 사랑이 변치말기를 기도하죠, 하지만 이 사랑과 행복은 어느순간,,,,,,

사실 시작점에서 그려내는 국수를 삶는 상황의 따스함이 순식간에 학대라는 연결고리로 변화되는 느낌이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국수라는 매개가 보여주는 감정의 필터가 독특하면서도 집중을 높여주는 의도를 가져다주죠, 이어지는 상황의 아동학대의 의도적 암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이제부터 이 소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작가의 눈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천천히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의 방법론은 단순한 스릴러소설적 감성뿐만이 아니라 호러적 양상까지 끌여들이면서 아동 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이의 시선과 관점이라는 수동성과 보상적 심리를 대단히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여성 즉 가희라는 아이가 보여주는 자신의 삶에 대한 담담한 폭력적 행태의 묘사와 심리적 표현은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불편하고 거부감이 들기까지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런 독자적 감성의 불편함도 작가의 설정과 인물의 심리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상황적 논리가 존재하기에 충분히 집중하고 작품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과 상황이 주는 대단히 자극적인 감성의 폭력성과 극단적인 심리적 압박의 가혹함은 작가님께서 의도하시고 지향하는 듯한 극단적 절망감에서 오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적 불안을 통한 일종의 상황적 카타르시스의 동조에 저 역시도 감응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독자로서 또 한 가족의 부모로서 이 작품이 주는 상황의 영향력을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전작에서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을뿐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 “국수”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추켜세워드리고 싶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면에서 이 작품이 주는 감흥은 남 다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국수라는 소재가 보여주는 이중적 매력입죠, 그 이유는 읽어보시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독자라면 다 이해하시지 싶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서사에 따른 흐름의 연결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 진화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드리고 싶네요, 물론 불편하고 거부감이 드는 절망적 심리의 극단성을 내포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자꾸 말씀드리지만 그 불편함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스릴러소설로서의 단편적 매력을 안겨주는 후반부의 반전의 양상은 매우 좋습니다.. 제가 읽어 본 많은 작품들의 경험적 기억속에서도 이 작품의 반전과 후반부의 상황적 연결의 즐거움은 그 어느 베스트셀러의 작품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작가님의 작품적 의도나 성향적 방법론에 대해서 제가 감히 이렇다저렇다할 순 없지만 제가 읽어본 작가님의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판단한 인간의 불안하면서도 절망적인 심리로 가득찬 극단적인 감성적 고통을 드러내는 스토리의 흐름은 작가님의 말씀처럼 꾸준히 이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독자들마다 그 느낌이나 감성적 성향이 다른 점과 받아들이는 작품의 독후감이 다르다손 치더라도 이번 작품의 이야기적 설정과 주제나 소재의 측면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이어나가신다면 많은 대중 독자분들이 좋아하실만큼의 대중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즐겁게 잘 읽었구요, 아무래도 이전 독후감에서 개인적으로 않좋은 감상을 제시해놓은 터라 좋은 쪽으로 감상을 적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서 몇 번을 되짚어보았지만 스스로 판단해보아도 이 작품은 충분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해주시고, 자주 말씀드리지만 응원합니다.. 퐈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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