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잃어버린 것은 누구?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빨간 열쇠를 줍지 마 (작가: 구름사탕,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12월, 조회 158

모호하게 쓰인 글입니다. 처음에는 읽고 나서 정리의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태그의 #애증 을 보고 나서는 이해할 수 있었어요. 서로 둘도 없는 친구지만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였다는 걸요.

Y는 나보다 더 솜씨가 좋아요. 선생님도 그렇게 말하고요.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지만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하지요. 나와 Y는 연습을 할 때도 함께 있지만 그건 Y의 독주 연습이고 내 연습은 아니에요. Y는 나에게 정신사납다고 말하지요. 두 사람이 사이가 안 좋은가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 아무튼 제일 친한 친구도 사랑하는 애완동물도 성가실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Y는 내가 열쇠를 몇 번 잃어버렸는지 기억하고 있죠. 사실 이상한 일인데 처음 읽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어요. 그치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고요!

나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요. Y와 버스가 아닌 자전거로 학원에 가는 이야기만으로도 나는 부당한 태도로 위험을 지적받거든요. Y의 가정은 화목하고 Y는 우수하며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행복해보이지만은 않지요. 가진 것을 뺏길 수 없다고 말할 때는 나도 Y의 눈을 피합니다.

나는 Y의 비밀을 봤습니다. 비밀일까요?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나는 꿈을 꿔요. 그리고 나와 Y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나오지요. 언니를 만나고 난 다음에 떠올리니 확실히 대비가 되는데, Y는 말했죠. 가진 걸 뺏길 수 없다고. Y의 시선은 언니의 물건에 붙박혀 있고, 나는 Y를 처음 만났을때 그녀의 구두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던 것을 떠올리잖아요. 언니의 빨간 구두와 원피스를 제 것처럼 쓰고 있던 Y의 ‘것’에 나가 들어갔던 날이 아닐까 싶어요. 그날 열쇠를 잃어버렸으므로,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Y를 찾아오게 될 테니까.

Y는 나에게 묻죠. 무슨 열쇠를 잃어버린 거야? Y입장에서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Y가 피아노 뚜껑을 닫아 버렸을 때 뭐야, 했어요. 사실 Y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 글의 장벽 아닐런지 싶습니다. Y의 소유욕과 언니를 향한 질투는 이해할 수 있어요. 나에게서 열쇠를 빼앗으면 Y는 나를 가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언니에게는 그럴 수 없죠. 언니는 다 갖고 있어요. 그러니 그 질투심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어 그런데 나를 향한 Y의 태도만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답니다. 지금도 여전히 Y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Y는 자신의 잘남을 이해해 줄, 자기보다는 아래에 있는 안전한 친구가 필요했던 걸까 생각하면서요. Y의 뜻에 따르지 않는 친구의 손을 피아노 뚜껑으로 찍어버리는 잔인한 행동은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제법 아귀에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침대 밑의 검은 상자는 Y의 비밀입니다. 사실 열쇠를 잃어버린 나가 아니라 Y였어요. 처음부터 그랬지요. 나는 가정의 폭력을 피해 Y에게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Y의 비밀을 보았으나, 나에게 그것을 폭로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개선시킬 용기는 없었죠. 나는 열쇠를 삼켜버립니다. 지금 이 상태가 나에게는 더 나았던 것 같아요. Y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고 있죠. 나는 Y와 함께 하는 무대를 향해 걸어가며 글이 끝납니다.

여러가지로 상징적인 요소가 많아서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나와 Y사이의 미묘한 애증을 잘 그려내셨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이 글에서 명확해보이는 요소는 오로지 빨간색 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Y에게 도망치며 현실을 도피하고, Y는 나를 잡아두며 언니를 질투하고.. 그런 사이에서 감추고 싶은 속내들이 어쩔 수 없이 심장으로 튀어나오는 글이었어요.

정제된 표현이 주는 이점을 살리기는 약간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손만 잘라야 했는데 팔까지 잘라버려서 전체를 봐야만 글이 이해 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아요. 이 부분만 조금 더 다듬어지면 좀 더 편하게 읽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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