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업어드린 기억이 없는 할머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할머니 이야기 (작가: 연희,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11월, 조회 67

제가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너무 개인적인 감상적 혹평을 던져놓은지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죄스러운 마음이 자꾸 들더라구요, 작가님의 말씀처럼 모든 작가님이 자신의 생각과 감성에 따른 의도로 작품을 집필하신 부분인데 단지 감성적으로 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작품 전체의 질이나 객관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저질 독후감을 작성해놓았으니 올려 놓고도 마음이 상당히 안좋았더랬습니다.. 작가님의 쪽지를 통해 조금이나 말씀을 드린 부분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독자라하면 그게 옳든 그르든 작품으로 느낀 바를 그대로 드러내는게 하찮은 독자로서도 필요한 부분인 듯해서 그냥 편협하고 주관적인 독후감이지만 올려놓고 연이어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오르고 부도난 회사에서 돈 한푼도 못받고 아버지가 쫒겨나 남의 농장 한켠에 비닐하우스 천막을 이용해 살아가던 시절 할머니가 새벽마다 연탄불 가시고 잠든 절 아랫목으로 절 밀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늘 엉덩이가 데일 것 처럼 뜨거워서 할머니에게 짜증을 냈던 기억도 나구요, 그때는

저에게 있어 할머니에 대한 마음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없이 살던 시절 부모님께서 함께 일을 하시느라 늘 할머니가 절 키우셨더랬습니다.. 항상 반찬은 콩나물과 된장과 김치가 주였고 한번씩 연탄불에 구운 갈치나 계란후라이를 해주시곤하셨죠, 그렇게 중학교 시절 내내 할머니랑 함께 살았습니다.. 근데 사실 울 할머니가 외할머니셔서 큰외삼촌댁에 사시고 계셨는데 그 집에도 아이들이 있었단 말이죠, 딱히 삶이 여유가 없는 시절인지라 외숙모와 외삼촌도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분들이셨고 외사촌들도 많았지만 늘 할머니는 저에게 집중을 하시고 매달 국가에서 지급되는 얼마의 돈이 나오면 그중에서도 얼마를 항상 제 용돈으로 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에는 전혀 몰랐던 할머니의 마음이죠, 그러던 중 건강하시던 할머니가 감기가 드시고 조금 힘들어하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후 일주일만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제가 고1이었나 그랬는데 장례를 치루는동안 주위에서 어른들은 저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마음이 아프겠다라고 위로를 하시는데 이상하리만치 전 슬프지가 않더라구요, 사실 눈물 한방울 안흘렸어요, 그렇게 한달정도 흐르고 어느날 엄마가 바쁘게 콩나물무침이랑 간단한 계란후라이를 해주시는데 테두리가 시커멓게 탄 자국을 보면서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셔서 꼬깃꼬깃해진 천원을 투박한 손으로 저에게 건네주시며 고개를 끄덕거리시던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언제나 힘들고 무섭고 지치고 찝찝한 상황에서는 늘 할머니가 수호천사처럼 절, 우리 가족을 지켜주시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물론 지금도 전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곤하죠,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 연세만큼 나이를 잡순 울 엄마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늘 엄마는 씨익 웃고 맙니다.. 엄마가 오래사셔야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각 아르바이트를 마친 주인공이 걸어가는 길에 나타난 하얀 할머니의 지팡이 짚는 탁탁탁의 소리와 함께 주인공이 바라본 할머니에게서 주인공의 과거 그가 알던 할머니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공포와 온몸을 음습하고 자신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죠, 그리고 그동안 감춰졌던 기억의 타래가 한순간에 봉인에서 풀어져버립니다.. 주인공인 나는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중학교때 충청남도의 시골마을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힘든 삶이지만 오히려 엄마와 아버지는 이전의 고단한 삶이 아닌 조금은 부족하지만 나름 자유로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외딴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변의 환경은 상당히 스산하고 외로운마저 듭니다.. 동네에 남자들은 죄다 어디로 살아졌는 지 보이질 않을정도로 많은 집이 빈 집으로 덩그러니 남아있고 사시는 분들도 할머니들이 대다수인 곳에서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보내는 주인공은 동네에서 내려오는 괴담을 친구들에게서 듣게 됩니다.. 할머니와 얽힌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그리고 어느날,,,,

전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공감적 느낌과 함께 장르적 호러의 감성까지 상당히 매력적인 표현력과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점도 상당히 무섭네요, 칠흙같이 어두운 적막한 거리에 나를 따라오는 지팡이 소리와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하얀머리와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의 모습, 그 할머니와 마주친 날 바라보는 할머니는 절뚝거리며 다가오며 웃고 있습니다.. 소름이 살짝 돋았습니다.. 그리고 중반을 넘기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적 묘사가 상당히 무섭더군요, 할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편안함속에 담긴 공포의 감성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공감도 가구요, 공포적 감성에 충실한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지만 독자에게 보여주고자한 작가님의 의도를 잘 드러내신 것 같습니다..

사실 공간적 배경이 주는 감성적 느낌도 소설의 내용상 상당히 중요한 일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학교의 배졍과 초등학교의 위치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포장도 되지 않은 시골마을에 중학교가 있는 반면 초등학교는 한참을 나간 시내에 있다는 설정이 물론 잘못되진 않았지만 조금 어색했습니다.. 전반적인 문장이나 흐름적 내용이나 표현들은 독자적 이해가 잘 되는 편안한 문장과 직접적 이미지화가 되는 묘사들이어서 가독성과 집중적 도움이 잘 되더라구요, 후반부에 벌어지는 상황과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호러적 감성을 표출한 내용과 상황적 근거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늘 접해오고 늘 경험해온 과거의 우리의 삶의 아픔과 고통과 애환이긴하지만 늘 중요한 우리들의 감성적 역사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마무리의 단순명료함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끝맺음을 질질 끌지않고 그동안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이미지적 확인사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결말이라고 여겨지더군요, 좋았습니다..

뭐랄까요, 전작에서는 있는 말, 없는 말 다 끄집어내서 편견적 독후감을 적어놓고 이번에는 어중간한 독후감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를 보여드리지는 않나 싶어서 또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또 다른 장르적 공감이 잘 이루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반적인 문장의 느낌이나 서사적 흐름에 대해서는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과 단순함이 있는 듯 하지만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이러한 부분은 작가님께서 충분히 바꿔나가실 듯 싶구요,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즐거운 단편소설이긴 하지만 초반의 긴장감으로 시작된 부분이 중반에서 주인공의 과거의 이야기에 할애한 부분이 많다보니 조금 느슨해진 경향이 있어서 꾸준한 장르적 긴장감과 호러적 감성을 위해 시공간적 배경이나 주변의 모습에 대한 묘사적 표현에 대한 긴장감등이 문장 곳곳에 배치들 좀 더 해주셨더라면 더 멋진 호러적 감성이 살아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습니다.. 뭐 그래도 후반부와 결말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는 절대 나쁘지 않았구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많은 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실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세요, 물론 만인을 위한 작품을 집필하시라는 말씀이 아니라 작가님이 구상하시고 의도하신 작품의 경향들이 조금은 보다 대중적이어서 많은 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시면 좋은거아닐까 싶어서요, 앞으로도 많이 응원하고 좋은 작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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