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좋아합니다.
환상 속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게 되지요.
이세계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사건과 평범한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다양한 문제들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감 농장은 불태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죠.
감은 변비를 유발한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데, 실제로는 아닙니다.
냉동 홍시는 속을 차게 만들기 때문에 좀 주의해야한다고 하긴 하네요.
여기 판타지 소설이 있습니다.
엘프가 등장하고, 용이 나옵니다. 오크가 등장하는데 취익거리진 않습니다.
안타깝네요. 왜 취익거리지 않을까요.
한국 전래 판타지 전통에 따르면 취익취이익 해야 하는데.
다행히 엘프는 아름답습니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며, 역시 가죽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왜 가죽바지를 입고 있는지 설명해 줍니다.
크게 만족한 부분입니다. 엘프는 역시 가죽바지죠. 훌륭합니다.
엘프 님께서는 주점에 들러 관심을 받고 물을 주문하고 네, 완벽한 서부극의 시작형태입니다.
머리 속에 있는 엘프의 이미지를 까부숴 주겠다는 멋짐과,
왜 달려야하는지, 왜 이래야 하는지 탁탁 전해지면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읽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죠.
와 이걸 어떻게 하지 싶은 구석이 당연히 있고,
당연히 해결해 버리고(물론 그 방식이 어떻든)(총알이 얼마나 소비되든)
달리고 또 달립니다.
이 미친 세계관에서 멀쩡한건 조연으로 나오는 루카스라는 친구 뿐이고 다 미친 것 같아요.
아니 정확하게는 좀 덜 미쳐 있다는 이야기가 어울릴 것 같네요.
무엇보다 추천할 수 있는 점은 글과 문장의 호흡이 아주 좋아요.
내달리는 작품에서 턱턱 걸리거나 너무 신경쓰이거나 주의를 끌어 버리면 미묘했을 텐데.
그냥 [그건 그렇습니다 여러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는 기분으로 달립니다.
그래요,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가죽 바지를 입은 엘프가 중요하죠.
주인공은 확실한 목적이 있고, 그 외의 것은 미만 잡이라 외치면 달립니다.
그럼 우리도 같이 달려 줘야 하죠.
아니 이게 뭐… 하고 어리둥절하던 루카스처럼 말이죠.
대체 얘네를 어떻게 써야 할까 어려울지도 모르는 인마 족의 묘사도 즐겁습니다.
적당히 피가 튀고, 열심히 달리고, 총알이 흩날리죠.
초기에는 남겨진 설정도 좀 봤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무슨 상관이죠, 아름다운 엘프가 가죽 바지를 입고 총알을 날려대는데.
설명이 필요하면 설명이 나오고,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면서도 내달립니다.
한 번에 작품을 읽으신다면, 정말 숨이 찰 지도 모릅니다.
복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엿 정도는 먹였습니다.
인생 제대로 꼬인 친구도 있고, 죽어라 고생한 마생에 절규하는 친구도 있고,
우리의 복수귀 엘프는 여전히 가죽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마침내 기차에 올라 탔고, 역시 총탄을 신나게 날렸으며,
용의 보물을 보았고, 왕족의 복잡한 상황도 알 수 있었죠.
아직 한발 더 남았다가 아니라서, 총알이 한 다스를 넘어서 얼마나 흩날릴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탄생이 있으면 새로운 죽음도 있어야겠지요.
모든 것이 끝난 시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탁월하게 풀어 냈습니다.
1부를 읽고나니, 이제야 모든 패를 알게 된 느낌입니다.
항상 그러하듯이 게임에서는 메이드 되는 방식 또한 알아야 즐길 수 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아는 패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카드를 뒤집기 전에, 어떤 수가 나올 지 기대되게 만드는 좋은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엘프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용의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군요.
오크들은 취익취익하지 않습니다.
죽어라 달린 말 친구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요?
엘프가 키워야 하고 인간이 지킬 그 작은 친구는 어떻게 성장할까요?
열심히 내달린 1부 만큼이나 숨가쁘게 2부를 기다리게 되는 작품입니다.
스포 주의라고 적었으니, 이미 이 작품을 읽어 보신 분들이 보시겠군요.
연재와 함께 달리신 분이 있다면, 처음부터 내달리듯이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확실히 그런 맛이 있는 작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