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분노하는 방법 공모(비평)

대상작품: 불법 개조 가이노이드 성기 절단 사건 (작가: 전혜진,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10월, 조회 164

사설이 엄청 길어질거 같은데 먼저 이 기사를 읽어보세요.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92515064314013&outlink=1&ref=https%3A%2F%2Fwww.google.co.kr

그래요. 문제는 아무 고민없이 배경으로 섹스 로봇을 쓱 등장시킨다는 점이죠. SF 공모전에 참여한 글 태반이요. 물론 나중에 트위터로 아니 쓰지 말라는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민하란 주문이겠죠. 좀 더 진지하게 그 앞에 마주앉아서요.

 

예전에 저는 이 작품을 읽고도 비슷한 질문을 한 거 같아요.

아니 시공간을 맘대로 드다드는 미래인들이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문제를 기계에 위탁하지 못했다고요?

 

같은 이야기입니다.

2001년 작품인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뇌’를 보면 이미 섹스보다 더 좋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물론 이는 더이상 상상이 아닙니다.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머리에 전극을 꽃아서 쾌락중추에 직접 자극을 줄 수 있는데 굳이 섹스에 집착해야 할까요? 우리, 최소한 SF작가와 독자들은 섹스에서 좀 초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다른 이야기 하나 더.

아마도 필립 K 딕의 단편이었던거 같은데 정확하진 않고요. 미래인이 타임머신을 개발해 예언자들의 모임에 불쑥 끼어드는 내용의 단편이 있었어요. 위대한 예언자를 한 명 대려가 그의 지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려고 했죠. 그는 타임머신을 예언했고 그 외 수많은 미래상들을 예언했으니까요. 물론 그 미래인은 자신이 데려간 예언자가 SF소설가란 사실을 몰랐죠. 소설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공상의 세계를 그리지만 현실 위에 서 있기에 공상의 세계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과 현실은 서로 따라잡는 것이지요. 이 기사에 나오는 파손된 섹스 로봇 처럼요.

http://www.insight.co.kr/news/122341

 

현실이 이러할 지언데 어떻게 초탈할 수 있을까요? 결국 섹스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죠.

 

서론이 정말로 길었습니다.

 

불법 개조 가이노이드 성기 절단 사건은 한국의 이야기에요. 가까운 미래의, 혹은 가상의 한국이라고 쓰지 않는 이유는 이게 정말 있을 법 하기 때문입니다. 담담한 어조의 보고서. 어쩌면 협조 공문처럼 느껴지는 글이에요.

 

로봇은 로봇이고, 인간은 인간이다. 세상이 그렇게 딱딱 나눠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연쇄살인마들은 대부분 동물학대의 경험이 있고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도 점점 권리의 외연을 넓혀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가끔 지연되죠. 관료제의 폐혜일 때도 있고 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부족할 때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요. 그때 권리의 바깥에 있는 자들에겐 비극이 닥칩니다. 이번 가이노이드처럼요. 혹은 우리가 가이노이드를 보며 떠올리는 ‘누군가’에게요.

 

사실 불만은 있습니다. 해결 방식에 있어서 모성애-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실상은 달라요. 우리가 생각하는 모성애와 현실의 그것은 매우 다르고, 작중에 나오는 남자가 기대한 모성애는 더더욱 다르겠지요. 남자는 어쩌면 자신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에 거세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해결 방식은 우아하게 분노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입니다. 일단은 전파인증 중단과 같은 그런 것이요.

마법과도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그 분노가 조금씩 불합리를 태워 나간다면, 언젠가 나아질 수 있겠죠.

 

사족 하나 더.

 

문학을 비롯해 창작시장은 세 축으로 돌아간다고 믿어요. 작가와 독자, 그리고 평론가죠.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고 평론가는 논합니다. 요즘은 이 셋의 경계가 매우 흐리지만요.

섹스 로봇 이야기가 싫다면 쓰지 않고, 읽지 않고 구리다고 논평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쓰지 말라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더 나은 이야기를 쓰고, 더 나은 이야기를 읽고, 더 나은 이야기의 가능성에 대해 논해야 겠죠.

이번 소일장에서 섹서로이드의 권리에 대해 쓴 짧은 엽편입니다. 이걸 재밋게 읽으셨다면 이것도 재밋게 읽을 수 있을 거에요. 그 다음엔 본인의 글을 써 보세요. 더 나은 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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