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헤어짐을 멋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상

대상작품: 함께 계절을 나는 방법 – 이별유행 (작가: 이융희,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10월, 조회 54

이 감상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글을 먼저 읽고 읽으시기를 추천드리면서.

이토록 괴이한 유행병이 있을까. 작품 중 모든 사람들은 유행을 따라간다. 그러지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것처럼. 유행을 가장 먼저 따르는 것이 쿨하고 멋진 일이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주지시키고 타인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쓴다. 그것이 골자이며,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개성이란 것이 사라지고, 이번 유행이 이별이라는 것도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뉴스에서 이번 유행은 이별입니다 하자마자 여기저기서 헤어지는 연인이 속출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는, 정말로 다들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오랜 연인과 이별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도 있고.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이별이란 건 어떤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그 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던가. 혹은 급작스러운 사고 때문에 감정이 폭발하여 갑작스럽게 하기도 하고. 절대로 멋지거나 쿨해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다들 후자의 이유 때문에 이별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멋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세계에서 홀로 재미없게 연애하고 있는 화자는 자신이 연인과 왜 만나고 있는지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왜 자기와 만나고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왜 두 사람이 여태 만나느냐고 궁금해하기까지 하는 그런 묘하고도 이상스런 관계. 그럼에도 두 사람은 연애하는데, 둘의 이별은 보통의 절차를 따라 흘러간다. 보고싶다고 말하는데도 친구와의 술자리 때문에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연인에게 사랑이 식어 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걸 쿨하다고도 멋지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그런 평범한 이별 상황 속에서.

어떤 이별도 멋지거나 쿨하지 않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쿨하다고 말하던 친구는 죽었다. 화자는 그것이 정말로 멋진 이별을 연인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친구의 자살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는 최첨단 유행을 쫓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그 죽음을, 그 이별을 가슴아파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이기 때문에 이별한 친구는 울며 술을 마시고, 사실은 그것이야말로 정말 당연한 것이니까.

화자는 행동하지 않는다. 이별도 하지 않고, 이별 선언에 이유를 물으며 연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이 소설에서 아쉬운 은 이유를 생각만하고 남들의 이유를 듣기만 하며 행동하지 않는 화자다. 그래서 그 이별이 어떻게 생각된다는 이야길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는 것.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선택으로 화자는 입을 다무는것. 오로지 생각하기만 하는 것. 마지막까지 생각만 하며 연인을 잡아야지, 하고만 있는 것. 결국 그는 움직일까? 아니면 새로운 이별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을 때에 당혹스러워하며 또 다른 유행이 흘러가는 것을 볼까.

유행이 빠르게 변하지 않아서 다행인 세계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극단적이지 않은 유행을 기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