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2036년, 자원 가치가 큰 소행성 GJ2(금쪽이)가 지구 근처로 다가옵니다.
여러 나라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광물을 회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한국도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보냅니다.
소행성 전문가 윤재혁 교수는 기술자문으로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그는 궤도 변경에 실패하면 소행성이 부서져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부는 이미 윤 교수의 연구자료와 반대 논리를 모두 검토했고, 그 내용을 협상안에 반영해 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결국 윤 교수는 자신이 결정을 바꾸기 위해 초청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부는 그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게 한 뒤, 전문가의 우려까지 충분히 검토했다는 명분으로 계획을 밀어붙이려 했던 것입니다.
즉, 소행성 개발을 반대하러 간 과학자가 오히려 그 계획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이야기입니다.
2. 분석
저는 메뉴얼에 약합니다.
행정언어나 법률용어는 보기만 하면 상극인지라, 대학시절에도 두꺼운 법전을 마구 주먹으로 두들겨 패는 기행을 저지르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법률용어 ‘최고(催告)’는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기한을 정해 채무 이행이나 신고를 요구합니다.
민법식의 표현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입니다.
저는 이런 표현을 보면 화부터 납니다.
그냥 한마디로 돈 내놓으란거 아냐? 안 내놓으면 계약을 깨겠다는 말 아닌가?
이걸 왜 단순화 안하고, 한 바닥을 들여서 ‘의의’ – ‘요건’ – ‘성립’ – ‘효과’ 이런걸 쓰고 앉았냐? (물론 이유는 압니다…)
읽다 보면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보다 법전을 읽는 사람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언어로 가득합니다.
회항 제공국, 위험회랑, 사전동의, 독립 검증, 책임분담, 배상기금…….
처음에는 소행성 이야기라기에 거대한 운석이 날아오고,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인류가 멸망할지 말지를 두고 싸우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등장인물들은 비행기 안에서 서류를 넘기며 협약 문구의 조사 하나, 단어 하나를 붙잡고 다툽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누군가 소행성을 지구 근처로 끌고 와서 광물을 캐려고 한다. 사고가 나면 큰일이니 한국도 안전 문제에 관여하겠다. 대신 돈이 되는 광물 사업에도 한국 몫을 달라.
작품 속 정부가 윤재혁 교수를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윤 교수는 소행성의 궤도를 억지로 바꾸면 파편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자칫 거대한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의 경고를 듣고 계획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경고를 협상 재료로 바꿉니다.
“이렇게 위험하다고 전문가가 말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국제적인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배상기금도 만들어야 하고, 책임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절차에 참여한 우리에게도 자원 사업의 몫이 있어야 합니다.”
윤 교수는 사업을 막기 위해 반대했지만, 정부는 그 반대를 이용해 사업에 끼어들 명분을 얻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불러온 사람의 발을 가져다가, 오히려 가속페달 위에 올려놓은 셈입니다.
3. 소견
아침은 삼겹살 작가님의 소설을 보다 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공무원이신가?
행정법 좋아하나?
남의 프라이버시를 캐물을 만큼 무례하지도 않고, 저분이 매력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농담입니다.) 한번도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면 좋게 말해서 디테일에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직업병적인 면모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지만, 문제를 보는 눈은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제게는 작가님의 이런 점이 매력이고, 또 소설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셈이지만요.
다른 체험과 시각이라는 면에서 틀림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리뷰를 남기는 입장에서는 조금 곤란한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같은 소재로 소설을 썼다면, 운석의 소유권을 둘러싼 스파이들의 암투나 서로 덫을 놓고 속이려 드는 국가 간 협상전으로 갔을 것입니다. 누가 운석을 차지하고, 누가 배신하며, 마지막에 누가 이기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겠지요.
하지만 이 작품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누가 소행성을 차지하느냐보다, 그 소행성을 차지하는 일이 어떤 문장과 절차를 통해 정당화되는가를 바라봅니다.
제가 결과와 행동을 본다면, 작가님은 그 결과가 성립하기 전의 문서와 행정 절차를 봅니다.
윤 교수 역시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거나 협상을 뒤집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반대 의견을 내지만, 그 반대마저 정부가 이미 준비한 문서 안으로 흡수됩니다.
정부는 반대자를 제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의장에 데려가 충분히 말하게 한 뒤, 그의 말을 자신들의 정당성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악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윤 교수를 협박하거나 연구자료를 불태우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절차에 따라 움직이고, 필요한 검토를 했으며, 그럴듯한 명분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를 전부 통과하고 나면 윤 교수의 반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 추진을 위한 서류 한 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저라면 칼과 총과 거짓말로 만들었을 갈등을, 작가님은 회의자료와 협약 문구로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소행성도, 그 파편도 아닐지 모릅니다.
사람의 반대와 양심조차 검토 의견으로 정리해 문서 안에 집어넣는 행정의 능력이 더 무섭습니다.
윤 교수는 분명 반대했습니다.
정부도 분명 그 반대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우려까지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했습니다.”
현실은 차갑고도 더 무섭습니다.
저처럼 아직 어린 Z세대로 추정되는 사람이 ‘물밑 작업’이라고 하면 007처럼 요원들이 잠입하고, 기밀문서를 훔치고, 서로의 뒤통수에 총구를 겨누는 대작전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아삼 작가님처럼 프로페셔널한 어른들이 움직이는 물밑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계산을 끝내놓고, 반대자가 무슨 말을 할지까지 예상한 뒤, 그 말이 어디에 쓰일지도 미리 정해놓습니다.
반대 의견을 막지도 않습니다.
입을 틀어막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껏 반대하라고 자리를 마련해줍니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그 말은 이미 반대가 아니라 ‘검토를 완료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제가 상상한 물밑 작업이 상대의 패를 훔쳐보는 일이었다면, 이 작품의 물밑 작업은 상대가 낼 패를 미리 알고 그 패까지 자기 승리의 일부로 만들어놓는 일입니다.
총도 없고, 추격전도 없고, 배신자가 창밖으로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서류 몇 장과 협약 문구가 오갈 뿐입니다. 그런데 그 조용한 비행기 안에서 윤 교수는 싸우기도 전에 이미 져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은 국제사회와 기득권에게 새로운 이권이 됩니다.
한쪽에서는 충돌과 파편의 위험을 계산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그 위험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합니다.
어쩌면 제목 속 ‘행운’이란 소행성 자체가 아니라, 타인의 위험에서 자신의 몫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난조차 기회와 이익의 언어로 바꾸는 인간의 모습이 지금의 현실을 비추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었습니다.
4. 마무리
이 소설을 읽고 드는 생각입니다.
우-러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고통보다 주가를 더 자주 들여다보는 제 모습도, 소설 속 국제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좀 올라야 하는데…
“행운의 별똥별을 내 계좌에 ‘만’ 떨어지게 해 주세요.”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 Ps : 제대로 맞게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리뷰가 틀리면 은근히 화내시던데 ㅋㅋㅋ
만약 이 리뷰가 틀리다면 묻고 더블로 리뷰를 쓰겠습니다.
그럼 틀린 리뷰가 두 배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냥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하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