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잔혹 우화 : 뫼비우스 띠에 갇힌 가문 -『삼형제』 공모(비평)

대상작품: 삼형제 (작가: arsGEM, 작품정보)
리뷰어: 카게, 1시간 전, 조회 7

1. 제목 『삼형제』의 기괴한 봉인이 풀리는 순간

작품을 지탱하던 가장 거대한 의문, 즉 “제목은 『삼형제』인데 왜 본문에는 큰형, 둘째, 나, 막내 네 명이 존재하는가?”라는 수수께끼는 결말에 이르러 서늘한 전율과 함께 해소된다.

진짜 형제는 셋(둘째, 나, 막내)뿐이었다. ‘큰형’이라는 존재는 병든 맏이가 아니라,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고 형제들의 뇌 속에 침투해 기억을 조작한 미지의 코스믹적 괴물(기생체)이었다.

“눈과 코와 입이 있는데도 그것이 왜 사람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검붉은 무엇인가가 그 안에서 일렁였다. 불꽃 같기도 했다. 뱀? → 뱀은 사탄과의 관련성이 짙다.” 

작가는 괴물의 본모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사람의 이목구비 형태를 띠었으나 사람으로 인지되지 않는 기괴함(불쾌한 골짜기)’으로 연출함으로써, 코스믹 호러 장르 특유의 원초적 미지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2. “죽이면 안 된다니까”: 영원히 교대되는 고문의 굴레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백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이 뒤바뀌며 맞물리는 뫼비우스의 루프 구조다.

  • 전반부: ‘둘째’가 큰형의 조종 아래 ‘나’의 팔을 자르고 배를 창으로 찌른다.

  • 후반부: 죽음과 함께 기억이 리셋되어 침대에서 깨어난 ‘나’는, 묶여 있는 ‘둘째’를 향해 똑같이 몽둥이를 휘두른다.

특히 큰형이 던지는 “죽이면 안 된다니까”라는 대사가 두 장면에 걸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되는 대목은 압권이다. 괴물에게 형제들은 영지를 물려받을 후계자가 아니라, 영원히 살려둔 채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며 고문하게 만들어야 할 ‘장난감’이자 양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탄의 장난감 :thinking: 인간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3. 인지 오염과 완벽한 굴종: “응, 큰형”

독자에게 가장 깊은 공포를 안기는 지점은 유혈이 낭자한 폭력이 아니라, 화자의 뇌 속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기억의 왜곡과 체념‘이다.

“나와 형. 막내. 그리고 저 남자. 뭔가 맞지 않았다… 그래. 둘째와 막내가 묶여 있었다. 큰형은 아버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왜 잠깐 헷갈렸는지 모르겠다.”

괴물의 얼굴을 직시하고 의문을 품는 찰나, 머리를 찢는 고통과 함께 기억은 다시 조작되고 화자는 순응한다.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는 동생들을 뒤로하고 문을 닫으며 건네는 마지막 대사, “응, 큰형.”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미지의 지배자 앞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마비되는지를 보여주며 서사의 마침표를 완벽하게 찍는다.

[마무리]

단문 중심의 정갈한 ‘잔혹 우화‘ 톤으로 출발해, 중반부의 치밀한 복선(기억의 공백, 삼형제라는 수적 모순)을 거쳐 종국에는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코스믹 호러‘의 정수로 매끄럽게 안착한 수작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의 리듬감과, 악몽의 굴레가 닫히며 오히려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는 치밀한 루프 설계는 독자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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