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언어, 우주를 해석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하나가 되어야 했다. 감상

대상작품: 링구아 코스미카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11시간 전, 조회 23

 우주란 무엇이고 왜 그렇게까지 탐구하려고 하는 걸까? 과학을 모르고 우주로 갈 기술이 없는 시대에도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을 보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공간 낭비이며,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별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수천 년의 호기심과 강한 염원이 모여서 인류를 우주로 나가게 만들었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도 모르고 친구가 되고 싶은지 침략자가 되고 싶은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능성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저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노력으로 우주에 나가고자 했던 인류는 정말이지 무모하고도 용감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기적적인 우주 여행이 가능한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면 모를까. 오랜 시간을 인류가 다른 생명체를 찾아 우주를 헤매고 다녔는데 아직까지 찾지 못 했던 걸 보면 만나러 가는 동안의 엄청난 시간 차이를 극복하지 못 할 테니, 외계인들이 침략해 올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발사되는 우주선의 카운트다운을 영상으로 볼 때면 우주로 나갈 일은 평생 없을 텐데도 설레는 감정과 벅차는 감동을 느끼고 만다. 우주 탐사는 어마어마한 투자에 걸맞는 성취를 꾸준히 이루어 내기보다는 수많은 실패와 시간 낭비가 보장된 일이었다. 그래도 불가능에 가까운 미지의 영역을 향해서 용기 있게 뛰어드는 행동이라는 그 자체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링구아 코스미카>는 하나가 된 인류의 관점과 레가요프인의 관점으로 이 특별한 사건을 상상해 보게 한다. 인류가 외계의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면서 반전도 담겨 있었다. 외계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일이 이렇게 감동적으로 느껴질 일인가를 생각해 보면,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다른 생명체를 만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먼 우주의 생명은 존재한다는 것만 알아도 경이로운 일이 되는데, 정작 우리 주변의 타인들을 볼 때에는 왜 그러지 못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의미 없는 반목을 넘어 모두를 위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우리 행성의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야 했습니다.

소설 내용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대목이었다. 하나가 된 인류라니,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떠올려 보면 차라리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받는 것이 더 빠르게 실현 가능한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지구 종말 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게 다가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 위기와 각종 재난이 일어나는 이때에도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 하고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증오와 미움으로 인한 범죄로 사람들은 무의미하게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만 멈춰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었다면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당연하게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링구아 코스미카>의 하나가 된 인류는 외계의 메시지를 해석하기 위해 탐구한다. 그 해석이 레가요프인들이 하고 싶던 말들을 전부 올바르게 해석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인류는 기쁨을 함께 누린다. 미지의 언어를 공부하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우주를 배워나갈 수 있는 힘은 지구인들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던 것처럼, 같은 행성 안에 살아가고 있는 미지의 타인들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소통하고 해석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하나가 되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르고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서로 같다고 생각할 때에는 차이점만을 바라보게 되고 그 차이가 불편하고 크게 다가온다. 당연히 같지 않음을 인식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닮은 점을 찾고 반가워 하게 되는 것 같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멸망한 레가요프인의 관점으로 뒤집어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그들은 하나가 되지도 못 했고, 자기 행성을 지켜내지 못 했으며, 그토록 원하던 다른 생명이 살고 있는 행성에는 끝끝내 닿지도 못 했다. <링구아 코스미카>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무섭고 섬찟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통해서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하나가 되지 못 한다면 우리 별의 운명 역시 그렇게 될 거라는 경고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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