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은 원인 불명의 재난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사건의 배후나 참사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와 상상 대신 다소 건조한 문체와 묵직한 질문으로 독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곱씹게 합니다. 이미 삶이 끝나버린 사람이지만 ‘사인이 어떻게 분류되느냐’에 따라 사회적 죽음을 한번 더 맞이하게 되고,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을 존재들은 매일 누적되는 사망 데이터 속에서 숫자 1로 기록될 뿐입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재난 속에서 숫자 1로 존재했던 개인들의 죽음은 서서히 사회 안전망의 붕괴를 야기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두려워할 시간도 없이 떠난 자들의 몫까지 일을 짊어졌다가 사각지대에서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매 회차에서 죽음은 통계로 기록되고, 책임자들은 모두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무결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고심하고, 판정을 보류합니다.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지켜보는 동안 막막함과 피로가 밀려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인의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나비 효과에 대해 이만큼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인류의 종말이라는 것은 사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단발성 사건으로 다가오는 것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소홀해지면서 조금씩 커져가는 불신과 냉소의 덩어리로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밀려드는 거대한 죽음 앞에서 힘겹게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소설 속 인물들이 남은 회차 동안 이 사건이 남긴 진정한 의미와 인류 지속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 심판과 정의를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좀더 겸허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작가님의 예리한 시선과 끈질긴 사유의 기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