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작품 [기묘한 터미널] 감상

대상작품: 기묘한 터미널 (작가: 박윤윤,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1시간 전, 조회 7

7월의 어느 날, 팍팍한 삶 속에서 우연처럼 이 작품을 읽게 되어 참 신기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미령을 보며 한숨이 나오면서도 뭔가 마음은 조금 시원하다.

위로 받는 기분이랄까, 좋은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2년을 코앞에 두고 1년 11개월 만에 직장에서 잘린 미령의 상황은

누구나 한번쯤 마주했을 법한 아득하고도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대고 싶은 유일한 내 편인 남자친구 필수마저

팍팍한 삶을 버티느라 퉁명스럽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적인 묘사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단 실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미령의 상황을 설명하는 글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이 나오는 건

그만큼 작가님이 암담한 현실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글을 읽다 보니 내가 왜 이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았다.

‘손이 안 가는, 듬직한 사람’의 역할을 해온 미령의 모습이 나와 닮아 있어

작품 속 무겁고 갑갑한 분위기가 더욱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미령이는 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조각상을 보러 갔을까.

머리가 없는, 목에서부터 무릎 위까지 잘린 상체로만 존재하고

절반은 피부로 남은 절반은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 조각상을,

나는 이 글을 보며 생각하거나 꿈꾸기 보단 생존을 위해 버티고 또 버티는 현대인이 떠올랐다.

미령은 조각상의 장기를 만져 보며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생은 한바탕 춤을 추다 가는 것, 재미있게 놀다 가면 그뿐.’

하지만 단 한 번도 재미있었던 적 없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미령의 모습을 보며

너무 사실적인 현실의 상황에 울컥하기까지 했다.

출퇴근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차 운동조차 못했던 미령이 터미널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오히려 담담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어 먹먹하고 서글펐다.

 

미령은 어디로 떠났을까, 그 이후의 삶은 편안할지, 행복할지 궁금하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떠나고 싶은 날이 온다면

이 작품을 다시 읽어볼 것 같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