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터미널

  • 장르: 판타지, 기타 | 태그: #실종 #판타지 #터미널 #7월의소원
  • 평점×29 | 분량: 54매
  • 소개: 장기를 훤히 드러낸 기묘한 조각상이 자리한 곳, 소도시 주안시 버스터미널에서 29살 미령이 실종된다.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세상’에서 지우는 여자 이야기. 더보기

기묘한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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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되도록 소원 하나 없을 리가 없다. 터미널에 앉아 생각했다. 종합버스터미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에서 주안시로 향하는 버스는 하루에 두 대뿐이었다. 미령은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12시 30분, 점심시간이 한창일 때여서 그런지 터미널 의자 근처도 한적했다.

졸고 있는 남자 하나와 아까부터 정신없이 터미널 내부를 배회하는 여자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미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계획이랄게 있어서 이곳에 내려온 건 아니었다. 다분히 충동적이었고 필수에게 미리 연락한 것도 아니었다. 미령은 핸드폰 액정을 터치했다가 검게 변하는 화면을 마냥 바라보았다. 그에게 말해야 할까, 오늘 그를 보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알 수 없었다. 사실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3년 남짓의 연애를 이어가는 그들의 사이는 요즈음 뿌리부터 썩어 메말라가는 풀꽃처럼 퍼석퍼석하고 썩은 내만 뭉근하게 풍기기 일쑤였다.

어제저녁 늦게 이틀 만에 연락이 닿은 필수는 전화를 받자마자 깔깔한 목소리로 한마디 뱉었다.

– 나, 내일 일찍 출근해야 돼.

미령은 잠시 말을 잃었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2년을 코앞에 두고 1년 11개월 만에 잘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위로 비슷한 무언가를 듣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한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채 문장이 되지도 못한 단어 음절들이, 문장 부스러기들이 목구멍 속으로 쑤욱 삼켜져 들어갔다.

– 그렇구나.

미령의 입 밖으로 나온 건 설익은 단감처럼 떨떠름한 맛의 것이었다. 입맛이 썼다.

– 우리 이번 달에 한 번도 못 본 거 알아?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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