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법리뷰시리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감동 같은 거 없습니다.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 ‘펩시맨’처럼 생긴 은색 쫄쫄이가 나오고, 모두가 그 뒤를 따라 달릴 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인간이냐, 로봇이냐, 외계인이냐… 아무도 모릅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은색 쫄쫄이 하나가 그냥 달립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고 대사도 없습니다. 인터뷰를 하려 해도 앞만 보고 달립니다. 인사 한 마디도 없이 달립니다. 마라톤 경기 코스에도 난입하고, 심지어 자기를 구해준 사람들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달립니다. 전 세계를요.
이걸 소설이라고 읽어야 하나 싶으실 겁니다. 네, 다큐멘터리거든요.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왜 달리는지 서로 묻지 않습니다. 불문율이라서요. 그냥 달립니다. 아내를 잃고 수돗물에 시리얼을 말아먹으며 살던 남자, 전쟁터에서 가족과 뿔뿔이 흩어진 난민 소년, 삶의 목적도 집념도 없이 카메라를 들고 남극까지 쫓아간 다큐멘터리 감독.
러닝맨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인간이냐” 물어도 달리고, “로봇이냐” 물어도 달리고, “신이냐” 물어도 달립니다. 독자는 그저 그들과 함께 남극기지까지 다 달리고 나서 허탈해집니다. 너무 허탈해서 눈물이 펑펑 납니다. 나도 나가서 달려야 될 것 같습니다. 러닝맨을 찾아서 따져물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언가 소중한 사람,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싶은 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그냥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사람, 설명 없이도, 이유 없이도,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저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껴보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요. 그런 분들 아니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마다 러닝맨의 의미가 다른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저마다 다른 시간을 보냈고, 다른 시각으로 러닝맨을 보았다. 러닝맨은 갱생을 도운 은인이었고, 잊고 싶은 악몽이었고, 따라잡고 싶은 목표였고, 목숨을 구한 구원자였다. 그렇다면, 내게 러닝맨은……
다만 다 읽고 나서 당장 달리고 싶어진다면, 그저 무언가 꾸준히 몰두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제가 책임 못 집니다. 
(하… 반어법 실패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