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함유되어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리뷰어 개인의 해석일 뿐이며 독서 경험을 해칠 수 있으니 본편을 먼저 읽어주세요.
기법들을 살펴봅시다. 나레이터를 뒀어요. 단순히 공모전 용일 수 있지만 이 목소리 덕분에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클리세잖아요? 폐가에 들어가면 귀신이 들리고,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제압할 순 없고, 제압 가능한 동료들을 얻어가면서 보충하는 이야기요.
감정선을 건드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말씀한 고양이 씬이죠. 이 씬을 지나면서 우석은 명확한 인물이 됩니다. 덕분에 독자들도 영수만큼이나 우석을 깊게 이해하게 되고 드디어 우정이 생깁니다. 효정에게 끌려다니는 두 남자가 아니라 우정으로 맺어진 3318 연맹이 되는 멋진 순간이었죠.
전형적인 점프 코믹스잖아요? 우정, 노력, 승리.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 납득 가능합니다. 이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겠죠.
편집상 1화를 삭제하거나 뒤로 뺏다면 어땠을까요? 1화에서 캐릭터가 소개되고, 2화에서 사건이 나옵니다. 그리고 3화에는 다시 영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굳이 1화에서 영수와 우석의 이야기를 했어야 했을까요? 1화를 오롯이 효정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에피소드가 아니라 만화책 맨 앞 페이지에 나오는 인물소개 느낌의 프롤로그로 만들거나, 완전히 뺀다면요? 이래도 이야기는 매끄러울 거 같습니다.
다만 이게 다 매력적인 지점임과 동시에 애매한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이 클리세들은 다분히 점프 코믹스 적인 클리세입니다. 코믹 액션 활극이요. 그래서 호러라고 한다면 좀 갸우뚱합니다. 소재는 분명 호러입니다. 하지만 야 귀신이다! 까꿍! 여기에 겁을 먹을 나이는 아니니까요.
문제는 ‘효정’ 인 거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두 남자가 어둠에 휩싸이는 부분은 흥미진진했지만, 효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존재입니다. 삼장법사 포지션이죠. 영수는 우정을 통해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걸어나옵니다. 우석은 나쁜 놈인 줄 알았지만 비밀을 공유하며 좋은 놈임을 밝힙니다. 둘 다 변화가 있어요. 하지만 효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롭고 밝은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에게도 충분히 변화할 기회를 줘야 했지 않을까요? 아니면 위기에 처하거나요. 고립, 내분, 금기를 범함, 놓고 감. 호러물의 클리세는 다양합니다.
3318 연맹이라면 효정에게도 극복할 만한 위기를, 그를 통해 활약할 기회를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호러의 영역에서요.
p.s. 까메오 좋죠. 아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지만, 아는 사람들이 느꼈으니까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