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에로틱한 환희의 경계에서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안녕, 아킬레우스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7년 8월, 조회 110

 

0.

 

내일은 없다

-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

 

1.

윤동주의 <내일은 없다>는 중학생 때 자주 읽었던 시입니다. 한창 사춘기였던 저는 ‘내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 땀이 나던 ‘오늘’에 목을 메던 학생이었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시간이 멈췄으면, 오늘이 영원했으면 과 같은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며 잠을 자지 않으면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 잠조차도 편히 자지 못했고요. 털어놓고 나니 어쩐지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을 수 없이 반복해서 아주 두꺼운 ‘오늘’을 만들 수 있는 타임루퍼를 살짝 동경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이라는 작은 세계의 신이라는 설정도 매혹적이었고요. 내가 소유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우월감에 같이 도취되어 있었네요.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다면 나중에는 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무한히 반복되는 ‘오늘’에 대한 제 첫 감상은 이러했습니다.

 

2.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이미지화가 자연스럽게 되는 건 작가님의 특별한 능력일까요?

제 멋대로 캐스팅까지 마쳐놓고 등장인물의 동작과 대사에 대해, 그들의 옷차림과 촉감에 대해 영화를 보듯이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뱀을 위한 변명> 에서도 에베의 관능적인 몸짓에 대해 찝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은 인간 감정의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옷 같아요. 날릴듯 날릴듯 하늘하늘한 느낌이에요. 이 소설은 두려움과 에로틱한 환희의 경계에 걸쳐있네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절정을 맛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3.

멋대로 캐스팅은 이러했습니다.

카메노는 빨간 민소매 터틀넥을 입은 그녀라고 하자마자 마리옹 꼬띠아르가 생각났는데 후반부에 갈 수록 그녀의 당당함이나 잔인함, 매혹적인 모든 부분이 무조건 마리옹 꼬띠아르지! 싶어서 혼자 만족하며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컴퓨터로는 글쓰고 인터넷 검색만 할 줄 아는 다소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 한 적 있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모두 그럴싸하니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주시죠!

 

4.

타임루퍼보다는 시간의 두께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색다르고 좋았습니다. 타임루프에 끼어 들 수는 있지만 루프를 끝낼 수는 없고, 루퍼만큼의 자유도는 없어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요. 미미한 불청객 같기도 하고요.

이성적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가 폭발하듯 감정적으로만 흘러가는 흐름도 좋았습니다. 결국 피터가 그렇게 된건 좀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론 조금 더 길게 카메노에 대한 피터의 대처를 그려주시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본래는 영화를 소개하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는데 역량 부족이네요. ‘시간의 두께를 볼 줄 아는 이 남자! 이 능력이 이렇게 위험한 능력인 줄 알았다면 과연 그의 루프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이런 식으로요.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긴 하네요. 그러니 지치지 말고 다음 작품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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