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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시차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블루라쿤, 17년 8월, 조회 75

한 줄 평: 베이스가 둥둥거리며, 음울한 리듬이 깔리고, 안타까운 리얼리티가 대가리를 후려치는 소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 비행사가 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돌아간 지구는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전에 이런 작품들에 대해서 몇 번 만나본 적 있습니다.

‘혹성 탈출’ ‘톱을 노려라’ ‘인터스텔라’ 등

앞서 말한 작품은 마무리에 임팩트를 주기 위한 소재 선정이라면, ‘시차’는 이야기의 시작을 만들어주는 소재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시차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현실감을 살려줍니다. 긴 시간이 지나 돌아온 우주비행사의 암울한 사건들을 조명합니다. 돌아온 후에 어느 누구도 생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간신히 돌아온 지구에서는 누구도 주인공을 반기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내고, 슬픈 현실이 계속해서 주인공을 때려눕힙니다.

주인공은 극도로 수동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당연한 반응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PTSD는 주로 전쟁을 겪은 군인, 소방관, 사고의 피해자 등이 겪는 정신 질환인데, 정신적으로 버틸 수 없을 만큼 큰 사건을 겪게 되면 걸리게 됩니다. 주된 증상으로 무기력증, 공격성, 회피 등의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전 이 소설에서 우주 비행사와 암울한 현실, PTSD를 섞은 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주 비행사의 고통에 대해서 좀 더 할애하여서 표현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무기력한 모습만이 주인공의 고통을 설명해주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변화된 세계에 대한 묘사가 좀 더 뚜렸했다면 하는 아쉬움 또한 남습니다.  2002년도와 2015년도의 서울을 비교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세월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2089년과 2172년 83년의 차이가 납니다. 2017년의 8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1934년에는 나치 독일이 히틀러를 국민투표로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마오쩌둥이 대장정을 시작한 해였습니다. 그 후 5년 뒤, 1939년에,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납니다.

6.25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있은 후, 67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생겼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헤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서로 기억이 가물가물할, 어린 아이가 헤어질때도 있었습니다. 65년 후, 2015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게 됩니다. 몇 십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은 서로를 기억했고, 만나고 싶어했고, 만나서 기뻐했고, 울었습니다. 과연 공유한 세월이 없었고, 서로 단절된 환경,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을 텐데 어째서 만났을까요?

과연 83년이란 시간이 담배값이 올랐다 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시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술술 읽힌다는 점입니다. 깔끔하고 심플한 문장들이 물 흐르듯이 글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문단과 문장은 적절하게 분배되었고, 꿀꺽꿀꺽 음료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글은 생각보다 보기 드뭅니다. 술술 읽힌다는 것은 글의 리듬감을 어느정도 이해했다는 것과 무방한 이야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잠재성이 높습니다.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베이스가 둥둥거리면서 밴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기타를 연호합니다. 기타 어서 멋진 리듬을 들려줘. 낮게 깔리는 기타의 리듬 어… 이건 베이스가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드럼! 드럼은 탁탁 규칙적으로 스틱을 돌립니다. 보컬은 코러스만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시차에서 느낀 점은 무언가 너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뭔가 실수하지 않으려고, 기본 리듬, 기본 박자만 맞추는 밴드를 보는 기분입니다. 똑같은 리듬이 아무리 잘 들리고  계속 들을수 있다고 하지만 독자들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게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든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는 갈등의 요소가 너무 평이합니다.

소령이 군대를 나가고 싶다고 하자, 수사관이 나가려면 돈 내놓으라고 하고, 소령은 거기서 아무말도 못하고 담배 피러 갑니다.

노인이 소령을 공격하고, 소령은 목이 졸리고,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전 이 부분들에서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격정적인 장면들까지 무덤덤하게 휙휙 지나가 버리니 전체적인 무미건조함이 너무 짙어져서 밍숭맹숭하단 생각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호흡과 전개가 너무 빨라서 차를 타고 가면서 쉭쉭 지나가는 표지판 같이 느껴졌습니다.  하나하나 차분하게 음미하려고 하기에는 너무 빨랐습니다. 매 순간 순간에 대해 느낄 여지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아요. 팍팍팍팍 그리고 마무리. 술술 읽혔지만 그 이상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누군가 이야기했습니다. 독자가 기억하는 것은 처음과 끝이라고.

이 말은 글에서 주는 분위기와 주제가 기억남는다는 의미로 전 판단했습니다.

글의 암울하고 단조로운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허무하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시차의 맛일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이 글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그럴듯한 주제는 불행한 사건에 떨어진 개인과 그런 개인을 가하게 이용하는 사회의 대한 이야기가 제일 그럴듯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회도 보이지 않고, 단지 개개인만이 사회를 대표하는 모양새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주 비행,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기도 했구요.

소재와 주제는 서로 이어져야 합니다.

요리를 만들때를 생각해봅시다.

고추라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만든다면 그 요리는 매운 맛을 내야 할 것입니다. 또 고추를 활용하기 위한 요리법 또한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있죠.

전 이 요리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진 알겠는데 무슨 맛인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매운 요리를 기대하고 먹었는데, 맵지는 않고 쓰고 짰다면 그건 재료의 맛을 살리지 못한 것이겠죠. 물론 고추를 이용해서 매운말고 다른 맛을 낼 수 있겠죠. 고추가 가진 아삭한 식감을 이용해 고추 튀김을 만들 수도 있겠죠. 중요한건 먹는 사람들은 그것을 먹고, 고추에도 이런 맛이 있네. 라고 생각할 것이란 점입니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살리는 것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기준이 되겠죠? 재료와 어울리는 조리법을 통해서 맛있는 요리가 완성됩니다. 전 시차에서 재료의 맛이 너무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제의 흐릿함이 가장 큰 단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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