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디저트, 디저트.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작가: 이산화,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8월, 조회 235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정말로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리뷰어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독서 경험을 해칠 수 있으니 원작을 읽은 후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카테고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라면 여기에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 태그도 함께 붙일 거 같아요. 최소한 제 머릿속에서는 그래야 이야기가 말이 되거든요. 이 이야기는 끝에 다시 한번 하도록 하고 먼저 사이버 펑크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작품 내의 세계는 사이버 펑크라지만 사실 너무 익숙한 광경이고 그건 한국-특히 서울이 이미 충분히 사이버펑크화 되었기 때문이죠. 허접한 어플을 받고 체험판에 딸려오는 광고와 정품 구매 메시지를 받는 모습은 익숙하잖아요? 덕분에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디저트인건, 사실 작품 내에 정합한 논리가 없고 순전히 작가의 취향으로 보이는데, 뭐 어때요? 나쁠건 없죠. 디저트는 맛있으니까요. 물론 그것과 별개로 저는 3화쯤 가서야 이 세계가 폴아웃이나 캡슐 바깥의 메트릭스 같은 그런세계라고 생각했는데 디저트들의 이미지 때문에 막연히 환상의 세계라고 상상했죠. 물론 1화부터 상당부분 어긋나지만요.

탐정물로서는 캐릭터는 좋지만 트릭은 빈약하단 인상을 받았어요. 할루할로가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등장하지 않나 합니다. 범인-더 정확히는 작가와의 두뇌 싸움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아쉽겠지만, 저는 탐정물에서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만 나오면 만족하니까요. 또한 스포일러를 당해도 은유적인 스포일러라면 그 지점을 지날 때까진 스포일러란 걸 모르잖아요? 사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제목이 모두 스포일러예요. 하지만 1화은 제목이 그렇게 정직할 거란 생각을 못 했고, 2화는 맨 처음 계획을 잘못 설계한, 그런 문제라고 생각했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쁘티-4 인물들이 지성보다는 드롭스를 쓰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온 게 아닌가 싶어 트릭이 빈약하단 생각이 드네요.

오류는 왜 발생할까요? 충분한 공정을 거친 제품들은 어지간해선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하지 않을 땐 예외 없이 오류를 발생시키죠. 그리고 사랑은 어지간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1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 케이크를 만들던 고기강탈자도 어쩌면 자신의 사랑에게 선물로 주려던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3화는 좀 아쉽습니다. 1화의 메인 스토리는 할루할로-도나우벨레의 갈등이고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할루할로의 번역 어플이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2화의 경우 자허도르테가 당한 협박이 누군가의 진득한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걸 깨닫게 되고 자허도르테가 협력하는 내용이었죠. 1화와 2화 모두 인간갈등과 사건이 함께 갑니다.

3화의 경우 주된 인간갈등은 레이디핑거가 일을 우선순위로 두느냐 사랑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른 갈등인데 이것과 사건이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되고-그것도 그냥 미적지근하게요, 사타안다기는 뭔가 깨달음을 얻지만 그 깨달음이라는 게 와 닿지는 않아요. 그런가? 싶을때 카메라는 갑자기 할루할로에게 넘어가고요. 제목대로라면 사타안다기가 뭔가 계획을 꾸미고 계산상의 실수를 해서 관계가 좀 더 요동치는 그런걸 기대했는데요,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사타안다기 이야기를 좀 더 나와야 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예 인간 갈등을 좀 빼고 쉬어가거나요.

4~5화의 장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이 세계는 당연히 역사가 있고, 최소한 한 번은 망했고, 재건되었죠. 물론 모든 이들이 디져트 이름을 쓰는건 다분히 작가의 취향일수 있지만, 이상해 보이는 것에는 모두 정합한 논리가 있고, 그 논리의 원천을 찾으려면 관문을 돌파해야 하죠. 이름만 계속 언급되는 레드 벨벳을 향해서요.

이 부분은 별로 할 말 없네요. 적당히 클리쉐지만, 분명 잘 먹히는 이야기기도 하죠. 끝에 사랑 때문에 오류가 생기는 건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니까 납득 가능하고 재밌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3화가 아쉬워요. 물론 이렇게 될 거란 떡밥은 계속해서 뿌려졌습니다. 하지만 1, 2화는 사이버 펑크 백합 탐정물이고 4,5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백합 잠입 활극이잖아요. 3화가 좀 더 매끄러운 가교가 되었어야 했다고 봐요.

좀 다르게 표현하면 디저트로만 구성된 코스요리를 먹는 느낌이에요. 다들 매력적이고 개성적이지만 조금 물리고 지친 느낌이네요. 하지만 분명 달달합니다.

 

p.s. 작가의 말은 작품과는 다른 재미인데, 3-4 작가의 말에는 4화가 ‘기록상의 오류’ 라고 되어 있네요. 지금은 수정되었지만요. 이런게 메타적인 재미를 발생시키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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