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는 무조건 가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심하게 앓아누울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에 가는 것은 그 어떤 다른 생각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당연한 거였다. 그때는 왜 “왜?”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인가 싶다. 누군가는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는 한 번씩 빠져도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 후퇴 같은 것이랄까?! 내가 그랬으니까 너도 그래야한다, 가 아니라 내가 그랬으니까 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끔씩은 땡땡이도 좀 치고, 그렇게 가끔씩은 숨통도 좀 트며 살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심지어 소풍날인데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심리가 드러나는 <23 나누기 2 = 11 …..1>의 시작부터가 좀 안쓰럽게 다가왔다.
지호는 체험학습 장소가 지겨운 동물원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라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학교에서 정한 ‘반드시 조를 꾸려서 다닌다’ 는 규칙 때문에 곤란해진다. 마땅히 함께할 친구가 없는 것이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마지막 조에 환영받지 못한 채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가기 싫어질 것이다. 심지어 당일 날 엄마에게 떠밀려 학교로 가게 된 지호는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23(지호의 반 인원수이다!) 나누기 2는 11하고도 1이 남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버스 좌석에 혼자 앉아야 했고, 도착해서도 결국에는 혼자서 다녀야했다. 그는 나머지였으니까 말이다.
어디로 보나 지호는 왕따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던 왕따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그다지 심각하거나 거칠게 표현되지 않는 것은 지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하나같은 태도를 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을 말리는 사람도, 아니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하나 없어 보인다. 어쩌면 너무 무감각해진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학교에 가기 싫어 변명을 만들어내고, 엉뚱하지만 절실하기도 한 상상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 귀엽게 보이다가도 얼마나 싫었으면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나 그런 속도 모르고 학교로 떠미는 엄마를 대하는 지호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이제는 아프기까지 하다.
<지옥의 입구>
위험!
1864년에 발견된 이 우물은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로 악마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음.
이 우물에 가까이 접근한 사람은 모두 실종됨.
선을 넘지 마시오.
어쨌거나 그래도 지호는 혼자 앉아서 체험학습을 가고, 또 혼자서 돌아다니게 된다. 하지만 혼자인 게 무서워, 아니 혼자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게 무서워, 무서운 것을 그토록 싫어하면서도 ‘지옥의 집’이라는 장소를 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지옥의 입구>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지호는 친구가 되어달라는, 쓸쓸하다는 그 목소리에 선뜻 응하게 된다. 그 목소리는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하며, 자신과 함께하면 상황을 바꿀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한다. 일종의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해야 할까?! 지호는 그로인해 점점 멈출 수 없는 쾌락에 빠져들게 되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여기에서 떠드는 것 같다. 일단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리고…… 이미 앞에서 한 이야기로 인해서 <23 나누기 2 = 11 …..1>이라는 제목의 뜻은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누기가 되지 않는 23이라는 숫자와 더 이상 나머지가 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깔끔한(?!) 결론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23 나누기 2 = 11 ….. 1>은 쉽게 멈출 수 짜릿한 쾌락의 맛과 그로 인해 맞이하는 끔찍한 결말에 무섭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슬프기도 한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호가 혼자서 견뎌야하는 수많은 일들과 그만큼의 생각들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던지는 “어째서 나야?” 라는 지호의 질문과 정말 힘 빠지는 악마의 심플한 대답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또 재미있게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벼운 듯 무거우면서도 재미있지만 또 슬프기도 한,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혹은 결정적으로는?!- 무서운 그런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깊은 교훈에 더해서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는 주변의 많은 문제들까지도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학교나 회사, 무조건 그렇게 억지로 떠밀지만은 말자는…… 아휴 또 출근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