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감상

대상작품: 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작가: 배일랑,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내린뒤해나, 2시간 전, 조회 2

감히 이 작품을 정의하자면, 제목에서부터 제시되는 ‘괴담’과 ‘방탈출 카페’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함의하며 인상적인 출발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주목할 것은 역시 ‘방탈출 카페’라는 소재입니다. 그것은 잘 꾸며진 테마파크와 결을 같이 합니다만, 조금 더 협소하고 통제되는 공간이 제시되기 마련이죠. 단순히 소재가 되는 사물이 창조되는 것을 넘어, 환경 자체가 제작자의 의도에 의해 인공적으로 구성된다는 속성이 강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은 이런 통제된 공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기현상을 독백체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치와 사물이 의도대로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는 특정 공간에서, 화자는 인간의 손으로 통제되지 않은 지점을 경험하고 극심한 공포에 시달립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는 전개는 ‘괴담’의 형질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이 공간이 ‘방탈출 카페’라는 환경으로 치장되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포’라는 감정은 조금 특별한 지점을 건드리는 식으로 다가옵니다.

 

‘공포’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원초적인 감정입니다. 기본적으로 그 뿌리는 인간의 손으로 통제되지 않는 환경과 사물에서 비롯되며, 감정 자체도 제 자신이 의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날 것의 충격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방탈출 카페’는 이런 ‘공포’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환경을 전제로 합니다. 모든 것들이 연출과 기획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치’에서 비롯되며, 해당 환경에 접근하는 주체에게 의도된 ‘공포’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기에 해당 환경은 ‘제작자’라는 주체에게 완벽히 통제당하고, 경험자들이 느끼는 공포 또한 ‘제작자’가 의도한 ‘인공적인 공포’로 정의됩니다. 감정까지 통제하고 의도하는 환경. 그것이 이 배경의 주요목적입니다.

 

이 작품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포가 원초적인 공포로 바뀌는 지점을 영리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의도대로 장치해야한다는 관념 아래, 어떤 ‘미지’에 의해 의도에서 벗어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 환경에서 느끼는 감정 또한 통제되지 않는 무언가로 뒤바뀝니다.

 

물론 그것이 이 작품이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방탈출 카페’라는 배경 아래, 이 작품의 도입부를 넘기는 순간부터 작가가 어떤 공포를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저 연출이라고 구상했던 장치가 어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들의 연속은 여느 창작물에서 자주 접했던 플롯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각각의 장치들로 인한 공포의 포착을 넘어, 이 환경 자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플롯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해당 배경은 신선하지만, 배경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현상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된다는 느낌보다는, 개별적인 연출에 가까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보육원이라는 테마부터 각종 수수께끼와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설명에 비해, 작품 내에서 활용되는 장치 또한 극히 일부였다는 것도 이런 감상에 한몫 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그 깊이보다는 자연스러운 구어체에서 오는 힘으로만 독자들을 끌어당긴다는 인상도 주고 있습니다. 몰입감이 훌륭한 것도, 사건과 인물에서 오는 감상보다, 화자의 이야기를 코앞에서 들은 것처럼 독자를 붙들 수 있는 필력에서 오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인 감상 중 하나이죠. 때문에 저로서는 외부의 존재가 개입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말 또한 작은 아쉬움을 구겨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작품 내에서 방점을 찍기에는, 작품 내에 등장하는 경험이 결말까지 파편화 된 채로 유지되기 때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은 저로서는 흥미롭게 제작된 테마파크에 잠시 몸을 실은 듯한 기분 좋은 여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에 등장하는 파피와 키시처럼,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한 번 쯤 발을 담고 경험해보고 싶은 친구나 마찬가지죠.

 

멋진 작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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