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 공모전 접수가 마감되었고 브릿지의 많은 작가들도 좋은 작품을 내놨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공포물인만큼 무서우면서 수위조절이 필수이고 주인공이 비슷한 연령대인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어떤 작가에게 공모전에 출품할 키워드로 뱀, 폐가, 오빠의 실종이 제시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 플롯은 비슷할 것입니다. 뱀이 나오는 폐가에서 오빠가 실종이 되었고 여주인공은 그곳을 다시 찾아가게 된다…..
[뱀이 온다]의 플롯도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호두빙수님의 장점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소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첫째, 호소력있는 문체덕분에 폐가 안에서 체험이 생동감 넘칩니다. 폐가탐험이라는 상황 자체가 공포감을 주지만 장소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독자가 체험할 수 있게 돕는 건 온전히 작가의 몫입니다. 호두빙수님은 적절한 타이밍과 묘사로 읽는 내내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높혀 모험활극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여자아이의 개입은 뻔하지만 대사와 말투가 찰져 읽는 재미가 크고 상황조성에 큰 힘을 작용했다 봅니다.
둘째, 플롯이 깔끔하면서 결말부에 이르기 위한 끓는 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끓는 점이란 독자가 읽기 시작하며 작품에 몰입하고 빠져들어 결말까지 질주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말합니다. 큰 플롯이 폐가 방문-> 사고-> 두번째 방문 -> 탈출과 결말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 따라 변해 독자들이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플롯은 이해는 쉬워도 독자의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러면서도 오빠의 실종, 쌍둥이의 끈끈함, 여주인공의 과거 경험, 병원을 갔던 쌍둥이의 행방이 적절하게 얼버무려져 결말의 카타르시스까지 무리없이 올려버리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셋째, 묘사 또한 적절합니다. 뱀이 물고간 다리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제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빠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일화들 또한 좋았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의 감정선이 단편적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괴롭히고 싸이코패스에 가까워보이는 오빠지만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오빠의 실종이 초래되었을 때 그 충격은 클 것입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폐가의 정체를 알고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결말에 오빠를 만났을 때도 망설임없이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쿨한 성격의 여주인공이라 매력적이지만 인물에 대해 감정이입이 어렵기도 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이었고 YAH 공모전에서 선전 또한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족
1. 고모할머니와 여자아이가 부르는 뱀노래는 작가님 창작인가요? 가사가 찰져서 기존에 있는 작품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