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 고딕 호러의 교본 감상

대상작품: 히긴스 부인의 편지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VVY, 10시간 전, 조회 11

고딕 호러의 매력은 문체가 절반인데, 본작 문체의 매력은 절반 이상이다. 작가님의 낱말과 이미지 활용이 정말 뛰어나다. 결말부의 불쾌함을 숨막히게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까지 나아가는 불길함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도 발군이다. 어쩌면 그러한 미감의 대조가 고전 호러를 잘 쓰는 키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독버섯이 화려한 갓을 펼치듯 치마를 펼치며 일어서는’ 장면이라든가 ‘여름철 가장 독한 별빛처럼 파랗게 타오르는 눈‘ 같은 표현은 감탄이 나온다. 눈앞에 그 광경이 그려지듯 간결하고 분명한 묘사이면서도, 아름다움과 사악함을 모두 갖춘, 주의깊은 단어 선정이 돋보인다. 그리고 동적인 전개를 선후에 수반하여, 독자가 묘사되는 이미지 속으로 빨려들어가게끔 만드는 서술의 균형도 좋다. 작중 아스라한 등불 너머로 꽃이 만개한 광경이 드러나는 부분이 본작 이미지 구현의 백미이다.

묘사가 주는 크고 작은 전율이 고딕 호러를 읽는 이유라면, 그를 충실히 구현한 본작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미주의자‘라는 제목의 몬테술님 리뷰는 아주 적절하다. 나 또한 작가로서 장르에서 통상 기대되는 이미지를 완연히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 유미주의자인데, 그런 내게 본작이 주는 경험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본받고 싶어서 인상 깊은 여러 장면에 책갈피를 지정했다. 클래식한 유령이 나옴에도 불구, 독자를 휘어잡는 아우라로 식상함을 극복한 훌륭한 고딕 호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