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가장 무서운 지점은 사건 그 자체보다,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블로그라는 창을 통해 본 삶은 정갈했고, 설명 가능했고, 그래서 안전해 보였다. 그러나 제주도의 셰어하우스에 도착한 순간, 정보는 방향을 잃는다. 사라진 기록, 보이지 않는 사람, 말해지지 않는 사정들. 그 공백이 이야기를 밀어 올린다.
세 여성만으로도 긴장은 충분하다. 친절하지만 닿지 않는 거리, 묻고 싶지만 묻지 않는 태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과 이해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본능이 서로를 견제한다.
‘나에게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너에게 없는 것’은 정말 없는 것인지 끝까지 단정할 수 없게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관계는 언제나 불균형하고, 그 불균형은 사랑이나 호의라는 이름으로 가장 쉽게 포장된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와서야 서서히 스며드는 불편함. 이 작품은 그 잔여 감각을 오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