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맛이라 더 좋은 재미있는 이야기(연말이라 더 더 좋은) 감상

대상작품: 듀라한 (작가: 벽라,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시간 전, 조회 10

이 작품에 대해서는 사실 첨언할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줄거리도 아주 단순하고 무엇보다 이야기 구조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을 깔끔하게 그려냈는데, 느낌만 보자면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이 떠오릅니다. 되는 대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현실에 벌어질 리 없는 일을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 변화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장르 소설의 메카인 브릿 G에서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게 굉장히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설명해가는 방식이 참 맛깔나네요. 주변에 한 명 쯤 있는 타고 난 이야기꾼에게 술 한 잔 하면서 듣는 신기한 경험담 같습니다.

저는 소설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고 지나고 보면 결국 남는 건 이야기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없다면 제 삶도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일 하고 살다가 몇 살에 죽었다’ 정도로 갈무리 되겠지요. 그 사이에 담겨진 수 많은 이야기가 우리 삶을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들려주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이 작품은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혹은 기술이 매우 훌륭합니다. 괜히 말이 복잡한데 결국 본인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글로 재미있게 표현하실 줄 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냥 ‘재미있다’ 는 표현으로 끝내기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독자 분들께 이 작품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이야기, 즉 서술의 스킬이라고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의 소설을 독자들이 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장르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 같구요. 저는 원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글 왜 이렇게 재미있지?’ 하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서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작가 님이 썼으니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재미없는 결론에 이르긴 했지만  그것 만큼 강력한 추천 동기도 없겠지요.

장르도 작가 님이 적어 놓으신 대로 판타지와 호러 입니다. 듀라한은 그 존재 자체로 매우 공포를 주는 존재다 보니 무섭게 하기 위한 장치를 준비하지 않아도 저절로 공포감이 조성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자극을 줄인 판타지이고 교훈을 주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부담이 없고 재미있습니다. 매운 음식 많이 먹어서 속 부대낄 때 생각나는 샤브샤브 같다고 할까요.

어찌 되었든 소설은 읽는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 최고구나 하는 걸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서사 구조나 뒤통수 서늘한 반전 같은 건 없어도 이렇게 좋으니 말이죠. 판타지나 호러를 좋아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말씀드렸지만 판타지, 호러의 자극적이고 어려운 요소는 빼고 재미만 남겼습니다. 이게 오래 살아남는 맛집의 비결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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