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그렇듯 이건 정체불명의 신비한 문에 관한 이야기 일까?
작가가 적어놓은 작품 소개글을 보면 문에 관한 이야기가 맞을것같다. 그러니깐 이야기를 완독하면 문의 정체에 대한, 문 너머의 세상에 대한 해답이 나오는 종류의 이야기 말이다.
문제는 이 이야기에서 문에 관한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것이다.
작품 분류대로 공포물을 기대하고 173매에 달하는 꽤 긴 이야기를 읽었는데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건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직장내 수다와 조금 뜬금없다 여겨질 정도로 급전개되는 연애담 뿐이었다.
사실 예의 트렌디 드라마 스러운 서사의 캐릭터들은 작중 주요한 키워드로 제시되는 ‘얼굴없는 귀신’ 소문에 관한 정보를 주인공에게 제공 해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쓰임새에 비해 비중이 너무나도 크게 여겨진다.
그런데 또 ‘얼굴없는 귀신’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주인공에게만 보이는 작은문과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척되는 연애담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키워드란 말인가?
이야기에 질문이 많은것은 좋다. 그 질문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암시역시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만드는 힘이 된다. 질문에 해답이 없는것도 좋다. 적어도 작가가 정교하게 설계해놓은 해답에 대한 모호한 암시를 쫓아가며 정서적 감흥을 받는것도 독서의 한 즐거움이 될것이다.
문제는 이야기의 해답이 모호한데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의 정체는 무엇인지? 후드쓴 남자는 누구인지? 우미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무리 봐도 의도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을 태도로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얼굴 없는 귀신은 또 뭔지? 문 안에서 주인공이 본건 무엇인지? 주인공 직장 동료들은 주식이야기나 점심이야기나 야구이야기나 상사 험담 같은건 오만 인기있는 대화 거리는 내버려 두고 왜그리 집요하게 얼굴없는 귀신 이야기에만 몰두 하는지? 주인공의 겪었다 주장하는 변화는 과연 무엇인지? 변화를 불러온 계기는 무엇인지? 무엇보다 이 많은 질문중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지?
조금 안타까웠던건 어찌되었건 이 이야기는 결말 까지 독자를 끌고가는 강렬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나름의 해답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이야기의 전반적인 정조나 키워드 역시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작가 코멘트에서 인용한 국카스텐의 가사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한 글이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국카스텐 하면 모호하고 도대체 무슨 말하는지 알수 없는 가사가 그 매력인 밴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