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감상

대상작품: 유클리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용복,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3시간 전, 조회 14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을 그린 재미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주인공 송 하경은 최근 사회적으로 자꾸 이슈화 되고 있는 ‘쉬었음 청년’ 입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둘째 치고 그들은 정부나 언론에서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큰 문제 거리로 자주 지목되는 계층이죠. 너무 뻔한 말이라 식상하신 분들이 많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만 5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쉬고 있는 청년들은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더 하고  뉴스에 더 자주 나온다 하여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들을 ‘잉여’ 로 보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죠.

[유클리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는 그 시선에 더 잔인한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합니다. 바로 ‘정리’입니다. 산업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수많은 장소에서 잉여와 고갈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어디에서는 깨끗한 물 한 방울이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곳에선 경제 논리 때문에 엄청난 양의 음식과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둘 다 지구에 차고 넘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재앙인데 웃픈 사실은 ‘잉여와 고갈이 동시에 생겨난다면 과잉 생산된 것들을 부족한 곳에 보내주면 될 일 아닌가’ 하는 너무나 쉬운 답이 인간의 세상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겁니다. 만약 전 우주적으로 여러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과도하게 많은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을 ‘정리’ 할 수 있게 된다면? 우주를 관장하는 어떤 존재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정리는 몇 가지 과정을 거치는데 먼저 내가 이 사회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음으로는 현재의 물질 세계에서 주는 여러 자극들이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며 점점 인간 사회 안에서의 나라는 존재를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은 흥미롭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 번 쯤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돌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처럼 생활 가능한 지원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말이죠.

지금 독자 여러분께 작품 속에서와 같은 묘한 제안이 온다면 무엇을 고민하게 될까요? 아마도 ‘무엇’ 보다는 ‘얼마’ 가 초점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1억에 이거 가능?’ 같은 글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작품을 읽으면서 ‘급여로 저 정도 주면 회사 쪽으로 절하면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어찌 보면 유클리드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최고의 직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세상 속 내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아무쪼록 여러 이유로 잠시 멈춰선 사람들의 숨 고르기를 사회적 문제로 치부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가빠졌던 호흡을 좀 가다듬고 다시 걸어나가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도 하지 말고 지나친 관심도 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괜한 오지랖을 부리지 않아도 그들은 알아서 잘 해나갈 테니까요.

이 작품은 현재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읽으면 과도한 공감력이 발휘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왠지 문장은 경쾌하고 주인공의 태도 또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느낌이라 가볍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브릿 G의 독자 여러분들께도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작품을 여럿 쓰신 작가님의 좋은 작품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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