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속 짙은 얼룩과 화해할 수 있을까? 감상

대상작품: 엄마A 그리고 좀비 (작가: 배일랑, 작품정보)
리뷰어: 무정범, 32분 전, 조회 0

모녀관계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어떻게 느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안경을 쓰는 엄마는 안경을 쓰는 내게 라섹을 권했고, 머리숱이 적은 엄마는 머리숱이 적은 내게 탈모 시술을 권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엄마는 나를 자신의 인생을 두 번째로 살아줄 사람이라고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모녀들도 비슷한 것 같다. 가장 미칠 것 같은 건, 엄마가 나를 애정하기 때문에 그런 권유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딸과 엄마가 완전히 같다면, 그런 엄마의 권유는 딸에게 금상천화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모녀는 없다. 애정과 관심은 형태도 제각각이고, 받는 사람에게 항상 이롭지는 않다.

 

엄마의 애정이 자신을 옥죄어올 때, 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엄마A 그리고 좀비」는 서로를 옥죄었던 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좀비 장르소설이다.

 

주인공의 엄마는 경기도에 살지만 딸은 자신과 달리 서울에서 살기를 바란다. 주인공은 아빠 없이 혼자서 자신을 키운 엄마의 애정 어린 기대를 배신할 수 없었고, 서울로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서울살이는 힘들었고, 마음의 병을 얻게되어 정신과 약을 먹게된다. 그런 주인공의 약을 엄마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 순간 주인공에게 엄마는 올가미가 된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엄마의 상처주고 회피하기 시작한다. 남산에 가는 게 평생 소원이라는 엄마 앞에서 자신이 갔던 경험담만 늘어놓고 엄마가 오기 전에는 절대 엄마를 찾아가지 않는다. 엄마를 자취방에 있는 이사할 때까지 지울 수 없는 짙은 얼룩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을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엄마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정작 엄마는 내 기대가 뭔지도 모르는 경험을 한 딸들이라면 주인공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서먹한 모녀관계를 유지하다가 좀비사태가 터지면서 모녀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는 좀비에게 당해 세토막이 났지만 주인공은 그 중 한 부분인 엄마A를 들고 엄마의 평생 소원이었던 남산 구경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런 소재와 장르로 모녀갈등을 다루는 작가는 거의 없다. 이때 작가님의 장르를 선택하는 안목과 참신한 전개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배낭에 엄마를 넣고 좀비를 죽이며 주인공은 남산에 간다. 남산에서 주인공은 엄마의 애정 어린 시선이 자신을 억매고 힘들게 했다고 말한다, 비로소 대화를 하고 화해를 한다.

 

딸들은 엄마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엄마를 이해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 「엄마A 그리고 좀비」는 그런 딸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딸이 엄마를 이해하고 화해하기 위한 모험을 그린 이야기여서 좋았다. 모녀들 앞에는 무수히 많은 싸움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엄마A 그리고 좀비」 같은 작품들이 있다면 화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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