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A 그리고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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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면 남산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엄마의 입술에는 습관처럼 그런 문장이 달라붙어 있었다. 가서 구경도 하고 자물쇠도 달아보고 그러면 좋겠다. 거가 그리 좋다던데, 서울이 한눈에 다 보인다안하나. 그렇게 말할 때면 엄마는 흥분에 차서 눈썹을 들어 올리고 코를 씰룩거렸는데 나는 그게 참 싫었다.

엄마는 TV를 보다가도 빨래를 털다가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남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울산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된 후 경기도에서 살았으므로 서울말과 사투리를 마구잡이로 섞어 썼다. 엄마의 고향을 듣고 어머나, 사투리를 하나도 안 쓰시네요, 하며 칭찬하는 부류가 간혹 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엄마는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세운 사람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 다녔다. 말끝마다 지워지지 못한 사투리의 흔적이 뚝뚝 흘러내린다는 걸 기를 쓰고 모른 척한 것인지 정말 몰랐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는 평생 서울을 동경했고 서울살이를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았으며 서울에 가면 꼭 남산에 가겠노라고 나를 향해, 스스로를 향해 중얼거렸다. 결국 하나뿐인 딸을 서울로 보냈고 딸이 크게 성공해 자신을 데려가기를 바라고 또 바랐으나 끝내 경기도의 낡은 빌라에서 죽고 말았으므로 서울에 입성하고자 했던 엄마의 원대한 꿈은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엄마는 울산에서 태어나 열아홉까지를 울산에서 보냈고 경기도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서울에 갈 성적이 되었는데 학력고사 날 긴장을 너무 한 탓인지 배탈이 심했다고 했다. 서울을 향한 엄마의 끝 모를 집착은 그때부터 시작된 걸로 보였다. 서울에 취직하면 된다, 그래 생각했는데 그게 또 맘처럼 안 되더라. 술 취한 아빠가 내 앞에 치킨을 놓아두고 코를 골면 엄마는 그 소리를 배경 삼아 옛날 이야기를 했다. 어린 내가 방금 한입 베어 문 닭 날개가 얼마나 바삭바삭했는지 음미하는 동안 엄마는 치킨 무 하나 씹지 않았다. 엄마의 푸념은 아빠가 떠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가, 어느 순간 뚝 끊겼다. 푸념이 나를 향한 칭찬과 기대로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마는 내 자취방에 예고도 없이 자주 찾아왔다. 자취방은 한강 아래에서도 변두리에 있는 동네에 있었는데, 서울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좁은 방이 뭐 그리 좋은지 올 때마다 신이 나서 조잘거렸다. 김치며 각종 반찬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느라 무거웠던 엄마의 두 손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졌다. 역시 서울이다, 억수로 좋네. 시장에 없는 게 없더라. 자취방 옆의 재래시장은 본가 근처의 대형 마트보다 질도 나쁘고 가격이 비쌌는데도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이래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한다고. 습관처럼 칭찬을 뱉으며 나를 힐끔거리는 엄마의 얼굴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까짓 거 뭐가 어렵냐고 그놈의 서울 구경시켜주겠다고 앞장서는 딸을 기다렸겠지만 나는 그럴 성격이 못되었다. 설사 되었다고 하더라도 엄마를 데리고 서울을 구경하는 일은 죽어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모른 척했다. 내일 닦아야지 닦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이사를 할 때까지 내버려 두는 짙은 얼룩처럼 대했다. 엄마는 결국 남산에 가지 못하고 죽었다. 엄마를 남산에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므로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도 빼도 박도 못하게 나였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