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인터넷에서 늘 두둑하게 욕을 얻어먹는 유명한 엔터 소속사 사장이 있다. 그는 마치 자기회고라도 하듯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어디 소문이라도 나면 회사도 아이돌도 자기자신까지 모두다 파멸시킬 이야기다. 그건 자기가 띄운 아이돌의 인성이 얼마나 쓰레기 같았는지로 시작한다. 가십에 폭로, 거기에 범죄, 돈얘기도 나오고 사람을 뻔뻔하게 속여먹는 이야기도 있다. 디스패치가 봤다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없어 울고갈만큼 환장할 이야기가 잔뜩 쏟아진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내 최애 아이돌의 수상한 고백>의 내용이다.
게다가 한 편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아니다. 고백할 사람은 줄줄이 널렸다. 윤리의식이 망가져있는 건 소속사 사장만이 아니다. 사생팬도 아이돌도 기자도 팬클럽 회장도 다 할 말이 잔뜩 있다. 다들 이런식으로 고백한다. 나는 썩었다. 얼마나 썩었냐면 썩을만큼 썩었다. 그런데 쟤는 어떤지 알아? 더 장난아냐.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먹고 살려다보니까 그렇게 된거야. 그런데 쟤는 말이야…! 도저히 끊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너무 재밌어!
이것은 끝나지 않는 폭로전이다. 뻔뻔한 자기고백, 내부고발, 범죄에 둔감하고 돈에는 민감한 사람들이 어쩔수 없다는 듯 저지르는 비행의 연속이다. 업계 내에 만연한 윤리의식의 부재는 업계를 초월한다. 어느 분야나 썩은데가 있다. 엔터업계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엔터업계가 얼마나 썩었는지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 그야 사생택시를 운영하는 택시기사마저도 아는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건 과학계라고 다를 것도 없다. 복제인간의 이야기는 그냥 들으면 황당하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자기고백과 업계고발 사이에 섞여있으니 복제인간 몇 정도 섞여들어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상자 속에 사람을 넣어서 배달을 하네 마네 하는데 복제인간 한 둘 정도가 대수겠는가? 아버지가 아들을 알아보네 마네 하는데 복제인간같은게 무슨 큰 문제라도 되겠나. 그런데 그 아들이 사실은 내 아들이 아니라면… 정말로 골치가 아픈 이야기들 사이에 윤리의식이 조금 망가진 기술같은 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복제인간은 제 자신이 누군지 궁금해할 틈도 없이 우리곁에 아이돌로 남는다. 그렇게 남은 복제인간도 그저 살아있으려고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복제인간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존재로 남았음에도 그저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고통을 견디며 그렇게 모두 우리가 아는 익숙한 한국인의 모습이 된다.
수상한 고백들은 가십이 되어 되려 진짜같아졌다. 쟤 사실은 가짜래. 저건 복제인간이고 진짜는 회사 지하실에 갇혀서 소리나 지르고 있다더라. 카더라가 진짜가 되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순간 조금씩 썩은데가 있는 개인들의 자기고백은 더이상 진실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들 고통받고 있다. 뭐가 진짜든 중요한 것은 그저 먹고 사는 문제이며 우리는 누군가의 진실고백 같은 가십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다고? 그래도 누군가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주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가십을 좋아한다. 욕이든 칭찬이든 가십은 늘 관심과 사랑이다. 그래서 가십에 오르내리는 아이돌은 사랑의 정점에 있고 그의 고백은 언제나 짜릿하다. 그 고백의 내용이라는 게 뭐가 중요하지. 그가 윤리적으로 타락했든 아니든 복제인간이 되어버린 내 아이돌은 절대로 늙지 않을 것이다. 이 끊임없는 폭로전속에 가십이라는 이름의 사랑과 관심만큼은 진짜다.
그리고 그 진정한 짜릿함을 <내 최애 아이돌의 수상한 고백>에서 모두 읽을 수 있다. 정말 재미있고 읽다가 절대로 그만둘 수 없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다들 이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