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연체자에 대한 통쾌한 형벌 감상

대상작품: 도서연체의 말로 (작가: 유우주, 작품정보)
리뷰어: 라이트, 6시간 전, 조회 11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자주 가는 편인 나는, 종종 반납일을 넘긴 사람들에 대해 짜증을 냈던 적이 많았다. 특히 기대했던 책이 여러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 중일 때, 그 책을 예약해 놓고도 끝내 받아보지 못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을 때, 책은 이미 연체 중이고 그럴 때마다 기다리다 지쳐 포기한 적도 많고, 심지어는 ‘차라리 사자’는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유우주 작가의 『도서 연체의 말로』는 읽는 동안 내가 경험했던 일들이 떠올라 등에 난 가려움을 대신 긁어주는 듯한 통쾌함을 읽는 내내 선사했다.

 

연체자에게 주는 형벌이 그가 한 번도 읽지 않은 장르를 택한 점도 대단히 웃겼다. 특히 그 책이 하필 자기계발서, 그것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데서 이미 강력한 아이러니가 터졌고, 프롤로그 속 문장—“기억하라, 너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를 납치자가 정색하며 낭독하는 장면에선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 묘한 불쾌감과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연체자를 유괴하고 협박하며 응징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방식은 다소 기괴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대출 중인 책이 제날짜에 반납되기를 간절히 기다려 본 독자라면 이 설정이 오히려 기이할 정도로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도서를 연체하면, 연체한 일수만큼 다음 대출일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 규칙은 정작 연체자에게는 큰 불편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 책을 기다리는 사람에게야말로 아무 잘못 없이 손해를 입는 구조다. 기한 내 반납이라는 단순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그 여파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다른 독자에게 전가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상습 연체자에겐 단순한 날짜 제한이 아니라, 조금 더 문학적인 경고나 윤리적 각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서관의 책은 단지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얽힌 공동 자산이다. 그러니 제때 반납한다는 건 책에 대한 예의이며, 다른 독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