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스릴러 장르에는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공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이 없거나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어야 한다라던가, 초반에 도움을 주는 사람 중에 반드시 배신자가 있다 같은 것 말이죠. 마치 스릴러 장르의 규칙 괴담 같은 느낌입니다. 뭔지 아는데 그래도 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지 과거 윌리엄 아이리쉬 같은 스릴러의 대가부터 현재의 많은 작가분들까지 다양하게 활용 중이시죠.
이 작품에도 그런 공식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기억을 잃었고, 분명 무슨 음모에 휘말린 것 같은데 단서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작은 실마리는 헨젤이 뿌려 놓은 빵가루처럼 주인공이 가는 곳 마다 남겨져 있죠. 처음부터 주인공의 곁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의 본심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뻔하다면 뻔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은 그런 재료들을 잘 버무려서 몰입감 있는 스릴러가 됩니다. 사실 그 재료들은 수십 년 간 전 세계의 독자들을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 마법의 재료들이니까요. [빵과 곰팡이] 라는 작품 또한 익숙하지만 좋은 재료들을 작가님이 잘 혼합해서 먹음직한 한 상 차림을 만드셨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권 도준은 자신의 이름 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로 차 민희라는 의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든 것이 미덥지 못한 도준은 자신을 요양 병원으로 보내려는 차 민희를 피해 병원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발견되었을 때 가지고 있던 소지품에서 자신에 대한 단서를 찾아나가던 도준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 거대 해운 회사 한세 해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한 여인의 실루엣 또한 자꾸만 도준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한세 해운과 도준, 그리고 붉은 스카프를 두른 여인은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 것일까요? 도준은 자신의 사고를 둘러싼 비밀과 자신의 과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의 장점을 꼽자면 속도감과 선명함입니다. 짧은 챕터를 나누신 것 또한 그런 부분에서 매력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들은 챕터가 바뀔 때마다 도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쉽게 알아챌 수 있고 그런 세심함이 글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디테일보다는 이야기의 굵은 뼈대를 놓지 않고 결말까지 쉼 없이 달리는 통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최근의 스릴러는 반전에 힘을 많이 준 작품이 많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은 후반부까지 기대감을 놓지 않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약간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또 반전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니 그것도 문제입니다.
이 작품에도 독자분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가격할 (정도는 아닐 수도 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전이 무엇이냐 하는 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빵과 곰팡이]의 매력 포인트는 아닙니다.
그 매력은 바로 이 작품을 클릭하신 독자 분들이라면 아마 신변에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완독을 하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군더더기가 없고 스피디하게 달려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시간은 많지 않은데 스릴러 작품 한 편 읽고 싶으신 브릿G의 독자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