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라도 괜찮을 것 같은 비평

대상작품: 산사로 9-4번지에 어서오세요 (본문삭제) (작가: 지현상,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7년 8월, 조회 38

가끔 작품보다 리뷰를 먼저 읽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리뷰 때문에 작품을 읽게 되는, 거꾸로 프로세스가 작용할 때가 있는데 <산사로 9-4번지에 어서오세요>도 그런 케이스였다.

 

깜짝 깜짝 놀래키고, 역겨운 장면으로 혐오와 고성을 불러일으키는 형태의 공포컨텐츠를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공포라는 장르가 약간 걸림돌이 되기는 했지만, 읽어본 바 이 소설은 그렇게 부담감을 주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진입장벽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읽어내려갈수록 점점 빨리, 그리고 쏙쏙 읽히기까지 한다.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믿기 힘든 ‘카더라’를 서핑 중에 읽는 것도 같은 느낌이었다.

 

직접적으로 시각적 연출을 때려박을 수 있는 영화와 다르게 소설은 독자가 직접 작가가 던져주는 이미지를 받아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조금씩 다른 성질을 갖게 되는데, 다분히 한국적 정서를 담아냈기 때문일까, 어렸을 적 티비에서 봤던 공포 프로그램도 떠오르고 한국인이라면 으레 괜히 소름이 돋을법한 요소들이 자연스레 글에 맛을 더한다. 글을 이끌어가는 필력도 탄탄해 재미와 은근한 무서움이 서로 뒤섞이는 상황에서 맹렬하게 다음 문장을 탐독하게 만든다.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거나(폐가체험은 사실 여기저기서 다 가져다쓴 호러기초아이템이긴 하다) 허를 찌르는 전개를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초반의 흥미로움과 중반의 쫀쫀함과 후반의 묵직한 끝맛이 제법 조화를 잘 이룬걸 보면 작가의 센스가 꽤 괜찮은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제목에도 언급했듯 단편영화나 웹툰, 단편드라마로 변형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대사나 묘사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아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떨지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변주를 시도한, 그러니까 약간 힘을 더 들인 중편 그것도 이런 류의 장르의 글이 있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 단편을 살짝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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