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축배를 들다 감상

대상작품: 당신의 죽음을 축하합니다 (작가: swan,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8월, 조회 41

저승은 지구에서 나고 죽는 사람들만의 저승일까? 사후세계란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모든생명체를 포괄하는 의미에서의 저승일까? 지구에서 잘 했더니 갓 태어난 신생아별의 미생물로 태어나는 등의 다음 생이 있을 수 있을까? 이 글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네고 있어요.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외계인도 잘 모르지만 일단 축하해봅시다. 우리는 점점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까, 이번 생을 마치고 나면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면서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외계인 믈리탄은 주인공을 위한 샴페인을 준비해놓았죠. 우주 어디에서 샴페인이 퐁 하고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전통적으로 축하를 위한 자리에는 샴페인이 빠지지 않는 법 아닐까요. 외계인 친구의 종교는 주인공에게 꽤 위안이 되는 모양이며, 그의 이론에 따르자면 세상 험한 꼴 안 보고 태어나자마자 자살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궁극적 지름길일 거예요.

유언을 생각하며 농담하듯 자기 죽음에 관해 떠들 수 있는 끝이야말로 어쩌면 좋은 죽음일까요. 좋은 삶 끝에 좋은 죽음이 있을까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잠시 스쳐가는 말로만 나오지만, 그가 친구 믈리탄과 함께 얼마나 즐겁게 살았을까를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며, 우주여행의 로망을 이루곤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에서는 우울과 고독, 두려움 같은 것들은 끼어들 새가 없어 보입니다. 비록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의 시신은 고향에 돌아왔고 그는 행복하게 떠났지요. 그것으로 충분한 이야기.

읽는 독자조차 심각한 고민 없이 샴페인 한 잔을 들도록 하는 분위기랍니다. 죽음에 관해 다루는 많은 글과 달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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