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가을 작가의 백합 모험 단편소설 여섯 편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점심시간의 야간비행 (작가: 천가을,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17년 8월, 조회 351

*본 리뷰는 천가을 작가의 유진세인 시리즈([ 화요일의 비정상 등교일], [ 수요일의 패러독스 모닝], [ 목요일의 로맨틱 이브닝], [ 점심시간의 야간비행 ])와 [막대과자는 톡 하고 부러진다], [ 트윈테일 여고생 탐정, 그리고 냄새 나는 화장실] –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합니다.

 

 

1. 유진세인의 펄럭이는 교복치마

어째서인지 둘은 모두 교복차림이었다.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였지만 여전히 거리는 조용했다. 교복 치마를 펄럭이며 번화가 거리를 당당하게 돌아다녔다. [화요일의 비정상 등교일]

높은 하늘의 세차고 차가운 바람에 둘의 교복치마가 펄럭였다. [ 점심시간의 야간비행]

 

천가을 작가의 유진 세인 시리즈가 지닌 제일 큰 장점아라면 캐릭터의 선명함을 꼽겠다. 유진과 세인이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교복차림인 것으로 미루어 10대 학생인 것 같고, 때로는 한국 거리를 활보하는 무법자 같다. 물론 이들에게 총이나 칼 같은 무기는 없다. 왜냐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실현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 초반엔 둘 중 누구에게 능력이 있는지 헷갈렸다만(사실 나는 지금도 다른 쪽에 초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유진과 세인은 선명하지만 때로는 누구의 초능력인지 모호하고, 이들의 학교나 걷는 거리도 한국의 어디인지, 한국이 맞기는 한지 종종 모호하다. 이 모호한 세계에서 학교는 폭발해서 가루가 되고 좀비가 출몰해 둘을 쫒아오고 불꽃이 터지고 벚꽃이 날리지만 이러한 외부 사건에도 그저 두 사람의 교복치마만 펄럭일 뿐이다. 점심시간 학교 옥상에 둘 밖에 없는 것처럼 이 세계에는 둘만이 존재하고 둘만을 위해 존재한다. 세계가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유진세인 캐릭터는 더 뚜렷해진다.

때문에 독자는 유진과 세인에게만 집중한 채 이들의 모험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종종 ‘순정만화’같기도 하지만 둘의 캐릭터가 워낙에 매력적이라 기꺼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둘은 뭘 원해도 뻔뻔스럽지 않을 것 같고, 무슨 행동을 해도 염치없지 않을 것 같고, 뭐든 왠지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애틋하면서도 가끔은 한국의 현실이 떠올라 애잔하기도 하다.

“불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치?”
“불꽃 정도는 터뜨려도 되지 않을까?”
“그래?”
유진과 세인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2. 일상 미스터리과 학원물의 조합

[막대과자는 톡 하고 부러진다] 의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그래도 우린 중학생이니까, 중학생답게 어른들의 상술에 걸려주자고요.” 이렇게 선언하니까. 그리고 1인칭이다. 각 과목 수재들(이들은 같은 반이다)의 사물함 속 필기 노트가 없어지자 주인공인 ‘나’는 졸지에 탐정’님’ 역할을 맡게 된다.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믿는 거야, 이 녀석들은.
“부탁할게, 탐정님?”
“그러니까 아니라고.”
혜인이는 쿡쿡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나 역시 한숨을 푹 쉬며 내 자리로 돌아갔다.

 

본인들에게야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르겠다만 필기노트 한 권 도난당한 작은 사건이고 미스터리는 금방 풀린다. 사건은 한 반 안에서 일어났고 탐정은 본래 탐정이 아니라 어쩌다 탐정역할을 맡은 ‘나’이며 입맞춤이 남는다. 특별한 위화감이 없다.

그러나 이 작품과 마찬가지인 학원물과 미스터리 조합인 [트윈테일 여고생 탐정, 그리고 냄새 나는 화장실]으로 넘어가면 제목부터 일본 학원물이 연상되면서 위화감이 심해진다. 나만 그런건지, 지금까지 살면서 긴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한국인을 본 적이 없다. 트윈테일이란 단어도 이 글에서 처음 알았다. 포니테일은 일본 학원물에서 줄기차게 봤다만. 일본 학원물의 포니테일 묘사를 볼 때마다 기괴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대체로 긴 생머리 예찬도 비슷한 느낌이기는 하다만. 일본 학원물의 포니테일 스타일은 여학생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묶인 머리칼 아래로 보이는 뒷목에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화자인 ‘나’에게 보이는 뒷목, 그걸 보고 ‘내’가 느끼는 은근한 성적인 떨림.

그 중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녀는 교실 한가운데에 정자세로 앉아 홀로 두꺼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산뜻한 햇빛 덕분인지 오늘따라 더더욱 뽀얗게 보이는 피부, 그리고 양갈래로 묶어 길고 가느다랗게 늘어뜨린 트윈 빔 헤어스타일은 마치 어느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풍겼다.
2학년 4반 최유정.

이 글도 1인칭으로 이 트윈테일 헤어스타일에 대해 화자 본인이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분위기라 평하고 있다. 초반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분위라는 인상과 함께 관음적이라고 느꼈다. 여기에는 초반 시종 화자가 최유정을 ‘그녀’라고 계속 지칭하는 점도 한몫했다. 이상하리만치 ‘그녀’가 앞서 말한 다섯 편에 비해 많이 등장한다. 어색하기도 하면서 조급해하는 느낌이랄까. 또 화자인 ‘나’는 선도부원이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고 소지품 검사를 하는 후반 이야기 때문에 필요한 설정같긴 하다. 그렇기에 더 일본 학원물같다. 일본 학원물에 등장하는 선도부, 학생회, 학생회장 등, 이 캐릭터 집단은 학교내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후 거침없이 여기저기 드나들며 활약한다. 일본 학원물에서 제일 창조하기 쉬운 캐릭터 집단 중 하나라고나 할까. 일본만의 고유한 캐릭터는 아니겠지만 일본색이 강한 캐릭터 설정이다.

그러나,

 

 

3. 이 리뷰의 한계와 덧붙임

2번에서 일본 색깔이 강하다고 설명을 했지만, 이 부분은 한국 미스터리에 정통한 분이 등장해 “아닌데. 한국에서도 저 정도 설정은 이제 일반적인데.”라고 말한다면 간단히 깨진다. 즉 이 리뷰의 가장 큰 한계이며 당연히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 단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덧1. 유진세인 시리즈는 읽기 편하게 시리즈로 묶였음 좋겠다.
덧2. 유진세인 시리즈와 함께 막대과자/트윈테일 역시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이면 어떨까 잠시 생각했다.
덧3. 이런 상상을 했더랬다. 유진세인 시리즈와 브릿g의 다른 작품과의 콜라보를. 망상의 내용은 이렇다.
유진과 세인은 [아마존 몰리]의 기자 차를 타고 인터뷰를 따러 이계리(판타지아)로 내려간다. 미호에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괴이와 큰 일이 생긴지라, 세 사람은 귀녀 할머니 댁에 기거하면서 미호를 돕기로 한다(부대 비용은 다 아마존 몰리 기자가 부담한다. 왠지 제일 부자같음. 아니면 그녀가 조풍을 협박해 돈을 구한다). 우연히 컵빙수를 먹으며 지나가던 안총명(빨간맛)도 가세한다. 어쩌다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고 울리케(피어클리벤의 금화)와 이진원(낙원과의 이별)이 이계리로 소환된다. 울리케는 괴이와 우선 협상을 하자는 의견이나 묵살당한다.
여기까지 망상하고 나서 깨달았다. 십대가 너무 많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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