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맛 혹은 옛날 맛 <이룰루양카스의 딸> 공모(감상) 공모채택

대상작품: 이룰루양카스의 딸 (작가: 끼앵끼앵풀, 작품정보)
리뷰어: 무강이, 2일전, 조회 15

처음 이끌린 것은 <블러드본>을 연상케 하는 제목과 소개글 때문이었을 겁니다. <블러드본>에는 ‘우주의 딸 이브리에타스’라는 보스가 존재하는데, ‘딸’이라는 표현과 ‘이’로 시작해 ‘스’로 끝나는 여섯 글자의 ‘신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헷갈린 듯 합니다. 게다가 ‘월귀’에 대한 언급까지.

그러나 실제로 ‘이룰루양카스’는 히타이트 신화에서 등장하는 환수라고 하는군요. 이 소설은 그렇다면 히타이트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일까. 글쎄요. 여기에 대해서는 있다가 이야기합시다.

 

RPG 게임에서 ‘소환’이라는 개념이 밀려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대여점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도 ‘정령사’ 내지는 ‘소환사’라는 존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환상의 무언가를 소환하는 직업’은 주류에서 밀려난 듯 합니다.

<이룰루양카스의 딸>은 요즘은 국내 판타지계에서 쓰이지 않는 듯한 ‘소환사’와 ‘환수’를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백악나무’와 ‘황도’의 적인 ‘월귀’가 등장하는 등, 작품의 전반적인 배경은 <다크 소울>, <블러드본>이나 <엘든 링> 같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을 참조한 듯한 느낌입니다.

 

그 점에서 앞부분만 조금 들춰보았을 때, 처음 생각한 단어는 ‘그림다크(Grimdark)’가 아닌가 하는 의아함이었습니다. ‘그림다크’는 말 그대로 어둡고 암울한 세계를 다룬 판타지 소설입니다. <워해머> 시리즈나 <왕좌의 게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이 죽어나가고, 폭력적인 장면이 난무하는 작품군 말입니다.

그러나 읽을 수록 그것도 딱히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얌 말도고 다른 여성 캐릭터가 여럿 나하르 주변에 등장할 때 느꼈습니다. 아, 라이트노벨이구나. 그것도 이 스타일은 한 80년대 ~ 90년대 스타일에 가깝구나. 네, <슬레이어즈>나 <로도스도 전기>. 그런데 사실 저는 그 두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도록 하죠. <드래곤 라자> 닮았다고.

세계관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들을 닮은 ‘다크 판타지’고, 캐릭터의 티키타카는 <드래곤 라자>를 닮았습니다. 소환사와 환수의 이야기는 꽤 옛날 스타일입니다. 세계관은 상당히 새로운데, 작품의 성향은 많이 올드합니다.

 

그러나 이 올드함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획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수많은 ‘신화’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강’인 나하르와 ‘바다’인 얌. 고대 신화에서 얌과 나하르는 ‘혼돈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황도 12궁’이나 오딘 등 ‘세상에 존재하는 신화적 존재들의 이름’을 다 끌어모아서 ‘키친 싱크(Kitchen Sink)’에 가까울 정도로(‘키친 싱크’는 기법의 이름입니다. 주방 붙박이 빼고 다 끌어모았다는 뜻이지요.) 나열한 다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합니다.

이는 특히 ‘환수’를 다룰 때 그러합니다. 이프리트, 골렘 등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왜 굳이 그랬을까요?

굳이 설정 페이지를 따로 마련하신 걸 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할 지도 몰라요. 일곱 용과 일곱 속성. 환수 간에 ‘상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작품은 ‘놀이’의 감각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어요. 좀 더 작정하고 ‘놀았으면’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주인공의 여정과 성장에 집중하는 것보다 좀 더 환수들이 날뛰는 소설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룰루양카스의 딸>은 지금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재밌어지려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작품이요. 2부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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