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令監)이 부풀어 오르는 이야기 감상

대상작품: 공(空) (작가: 장하진, 작품정보)
리뷰어: 뿡아, 1일전, 조회 10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신체가 낯선 형태로 변해있었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판타지 소재 중 하나일 겁니다. 저 유명한 카프카의 ‘변신’을 비롯하여 소설,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면서도, 이런 소재가 끊임없이 여러 작품으로 재생산되어 나오는 이유는 ‘신체의 변화’라는 기이한 상황에 본능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변신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공(空)이라는, 중의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몸이 부풀어 오르다 못해 공으로 변해버린 술꾼 영감과 그를 원래의 몸으로 복원하려 동분서주하는 할멈의 이야기입니다. 그간 (숱하게) 읽어왔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젊은 남녀의 변신 이야기와는 달리, 이 소설은 시골을 무대로 펼쳐지는 어르신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라 그런지 한층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불어, 물 흐르듯 유려한 서술과 토속 서남 방언의 대사는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죽음과 저승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데요, 읽고 나면 어쩐지 사우나를 하고 나온 것처럼 마음을 개운하고 편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도 있으니 한번 즐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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