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나라에는 신사가 없다.’
필자의 리뷰를 한 번이라도 읽은 분이시라면, 제목에 상당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소설을 전부 읽으면, 제목보다 강력하지만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이 없다고 느꼈다. 제목을 해석하면서, 리뷰 몇 줄을 더 채우는,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농~담입니다). 분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얄팍한 감상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소설은 총 872매이지만,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1648 작가님의 적절한 분량 배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연재를 따라가면서 읽기도 했고, 리뷰를 쓰기 위해 슬쩍 훑어봤지만 술술 읽혔다. 그 말은, 본 리뷰는 전반적인 소설 내용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읽기 전에 본 소설을 먼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르니 스포일러 방지를 겁니다!
0장을 제외하면, 소설의 시점은 크리스와 레오나의 시점을 따라간다. 크리스가 무역 회사를 세우고,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집에서 일어나는 소동들 등을 헤쳐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어 그들과 내적 친밀감을 가지도록 한다. 크리스와 레오나 부부 사이의 끈끈한 부부애라던지, 선을 넘지 않는 하수인 칼과의 관계라던지 독자는 그들을 믿을 수 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레오나의 똑 부러진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본 소설의 배경이 17세기 영국이니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가 있었을 것인데, 자신의 신분과 지위에서 선을 지키면서 소동을 해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하수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방정맞지 않는 점도 좋았다. 17세기 영국을 영화로만 접한 필자의 편견일 수 있으나 그 당시 귀부인들은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촐싹맞고 진중하지 못하다. 지저분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있는데, 레오나는 기품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남편인 크리스를 위하는 마음 또한 갸륵해 등장 인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레오나를 꼽고 싶다.
다시 소설로 돌아오자.
소설에는 소동—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본 소설에도 작지만 큰 소동이 일어난다. 이 소동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었고, 크리스를 겨냥한 특정한 사건이었다.
결말은 독자들의 믿음을 기분 좋게 배신한다. 또한, 0장과 맞닿는다. 왜 0장에 엉뚱한 인물을 다뤘는가, 하는 의문이 해소되며, 앞선 이야기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필자는 칼이 복수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꼼꼼하게 따라온 독자라면 칼의 정체를 유추했을 것이고, 그의 정체가 완전하게 드러났을 때 더욱 놀라지 않았을까.
누가 범인일까, 필자 나름대로 추리했었는데, 맞추지 못한 건 아쉬웠다. 누구를 지목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17세기 영국을 고증하기 위해 노력하신 티가 많이 났다. 매회차 코멘트에 배경 설명이 친절하게 써져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잘 그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역사소설이 가지는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작가만큼 풍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물들의 배경이 되는 소재와도 이어진다. 소설은 그 당시 무역과 주식 시장에 대해 다룬다. 작가님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그것이 너무 설명으로 흐르지 않도록 최대한 대사와 극에 녹였지만, 그럼에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몇몇 있었다. (엄청 어려운 개념을 다루는 건 아니기에 소설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말하는 건 괜한 흠집내기라고 치부하셔도 무방하다.) 이건 온전히 작가의 문제를 말하기 보단 독자의 부족한 배경 지식도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아쉽다고 느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
1648 작가님의 후기에서 알 수 있듯, 본 소설의 모티브나 그 시대상에 익숙하거나, 전작인 ‘나는 너를 믿었다’를 읽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이다. (구매해놓고 쌓아두기만 해서 죄송..) 본 소설을 인터미션이라고 밝힌 이상, 후속작이 나오기 전에 전작을 읽으면서 기다리면 될 것이다.
혹여 필자의 오독으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짚어주시면 감사하겠고, 이렇게 읽은 사람도 있구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더욱 감사할 것이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