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디스토피아에 피어난 작은 희망, “올챙이가 없는 세상” 감상

대상작품: 올챙이가 없는 세상 (작가: 기수, 작품정보)
리뷰어: 쥰노, 5시간전, 조회 1

이 소설의 제목에 나온 ‘올챙이’란 인간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잇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어린 시절의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지금은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의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저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지만, 지금보다 더 출산율이 훨씬 더 낮아지게 된다면 아이들이라는 존재에 대해 낯설게 인식하게 되겠죠. 시끄럽고 귀찮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이해하며 달래기 보다는 소수인 그들을 배척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 소설은 그러한 배경에서 너무나도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설의 배경에는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11세 이전의 아이들은 더이상 사람들이 직접 돌보지 않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인큐베이터와 같은 바이오베드에서 키워지며 성인들은 육아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미지의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불편하기도 두렵기도 한 존재여서 그랬을까요, 바이오베드가 아닌 외부에 있는 아이들은 신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모습들이 다른 어떤 SF소설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말이죠.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가 잊었던 것들에 대해 재조명하고, 울며 떼쓰고 때로는 귀찮기도 한 아이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또한 그런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며 작고 따뜻한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그러한 요소들은 매우 노력해서 남겨두고 애를 써야 볼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주어진 현재 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희망이었죠. 즉 그저 일상을 되는대로 살다보면 자신의 과거도, 미래도 잊고 살게 되는 것, 그 또한 매우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한 겨우 애를 써야만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이 시대의 개구리들은 과연, 우리의 현재와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냉동육아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어떤 감정들을 갖고 살아갈까 하는 많은 생각과 상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에는 감정과 감각이 매우 무뎌져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매우 디스토피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에 마지막에 보여준 장면이 희망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부가 있어도 재밌을 것 같고, 언젠가 2부가 나온다면 주인공이 주축이 되여 정말 살아있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영웅물처럼 그려져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분들도 충분히 푹 빠져서 다양한 상상을 하며 읽을 수 있을 작품입니다.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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