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람
나름 흥미롭기는 하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나, 그 사람이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군다는 것 같은 게 살짝의 미스터리성을 띄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그렇다.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사정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좀 판타지 호러에 가까운, 또 SF적이기도 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돌연변이의 가능성이나 개인의 특이점이 어디까지 일반화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없었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렇게 걸릴만한 것은 아니고, 기묘한 이야기라는 면에도 꽤 어울린다.
이야기를 단순하게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플래시백을 이용해서 적당히 왔다갔다하며 전개한 것도 괜찮다.
문제는, 너무 익숙하다는 거다. 조각난 인간을 재조립해 부활시킨다는 것은 만화 ‘블랙잭’의 피노코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이 소설은 거기에 토막살인과 장기이식에 대한 괴담을 더함으로써 나름 차별을 두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뼈대가 같다는 느낌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장기이식에 대한 괴담도 많이 화자된 것이라 좀 그렇다.
온전히는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토막살인과 인간 재조립이라는 것부터가 잘 안붙는다. 살인과 뒷처리를 목적으로 한 토막내기가 생존과 재활용까지를 고려한 세심한 분해일리는 없지 않나. 거기에 단순히 ‘빠른 발견’이라는 조건을 추가한 것 만으로는 어떻게 토막 살인에서는 물론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 생존해 있을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장기이식으로 신체강탈이 일어났다는 것도 그리 그럴듯하지 않다. 그럼 뇌는 뭐냐는 것에 대해 충분히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작들이 이를 소재로 사용할 때 대게 ‘이상하게 누구를 볼때면 더 두근거린다’든가, ‘전에는 잘 못하던 것이 이상하게 손에 익다’든가, ‘전과 다른 취미가 생겼다’든가, ‘성향이 바꼈다’든가, ‘알 수 없는 충동이 생겼다’든가 하는 식으로 미묘하게만 묘사하는 것은 도저히 뇌를 부정하는 것만은 할 수 없어서 그렇다. 이 소설은 그걸 비껴갔으며, 비록 마지막에 합리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는 하나, 그 이전의 SF적인 부분과도 잘 안붙는데다 급하게 갖다 붙인 것 같아 설득력이 부족하다.
살인범과 오컬트 설정에 대한 떡밥을 좀 더 뿌렸으면 어땠을까. 그것이 얼마나 강한 주술적 힘을 가진 의식이며, 그가 어느정도나 그것에 심취해 있었고, 그걸 이용해 애초부터 진희의 몸을 차지하려고 그런 공작을 한 것인지 같은 것을 말이다. 그냥 우연히 그런게 있고 또 그렇게 된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