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작품을 리뷰할 때는 대략적이나마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나 이야기의 뼈대를 보여드리는 것이 예의인 줄은 아오나 두 번을 읽은 후에도 아직 정리가 쉽지 않아서 줄거리를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굳이 세부 장르를 정하자면 미스테리인데 규칙 괴담의 분위기를 가지고 온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형식의 작품은 읽기도 어렵지만 쓰기는 더욱 어렵지요. 일단 규칙의 뼈대를 만들고 등장 인물과 이야기의 진행을 그려나가야 하는데 쓰다 보면 아랫돌 꺼내서 윗 구멍에 괴는 구멍 메꾸기가 되기 쉽습니다. 거기에 인물의 성격을 만들어 넣고 나면 인물들이 개연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과제가 추가되어 작가의 머리에 혼란의 도가니 탕을 부어 넣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두 세명도 아니고 무려 영눈박이에서 아홉눈박이까지 열 명의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이들의 성격은 자세히 묘사되어있지 않지만 분명 누군가는 욕망으로 인해 나쁜 생각을 품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의심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욕망의 배후를 파헤칩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규칙은 이렇습니다.
눈이 적은 자는 자신보다 눈이 많은 자를 죽일 수 없다.
하지만 세 명의 눈물을 더한 ‘단죄의 검’으로 죄를 벌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그가 실제로 죄를 범한 죄인이어야 한다.
눈이 많은 자가 눈을 몇 개 감아서 자신의 눈 숫자를 속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때 그는 자신보다 눈이 적은 자에게 해를 당할 위험이 있다.
죽은 자의 몸이 굳기 전에 그의 눈을 빼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눈을 추가할 수 있다.
열눈박이는 모두를 초월하는 완전무결한 존재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존재가 되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겠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단죄의 검’이라는 제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묘한 분위기의 추리 미스테리가 되는데,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읽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에서는 등장 인물의 개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력 있고 정의로운 사람, 추리력이 비상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 겁이 많고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 등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들이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들을 통해 범인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지요. 이 작품의 경우에는 등장 인물의 개성을 크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의 신체적인 특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영눈박이가 보기엔 모두가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여덟눈박이나 아홉눈박이의 경우는 눈 한 두 개만 더 있다면 최고가 될 수 있으니 욕심이 생길 수 있겠죠. 이런 상황이면 보통 눈의 숫자가 애매한 다섯이나 여섯인 사람들이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인물의 개성이 만들어집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보통의 추리물 보다는 마피아 게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범행의 가능성과 그렇게 해야만 했던 당위성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끝까지 범인을 쫓게 되는 몰입감을 독자 분들께 선사합니다.
일본 미스테리 중에 ‘ANOTHER’ 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는 이 작품에서 약간 비슷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어떤 규칙을 세워 두고 그것을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뼈대가 그렇습니다. 결론은 두 작품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는 겁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전통적 미스테리물에서 벗어난 전개를 가졌음에도 그 과정이 엉뚱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독자라는 화분에 몰입도라는 양분을 쉬지 않고 주어야 하겠지요.
솔직히 한 두 번은 더 읽어봐야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 번 참여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규칙을 숙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