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모(감상)

대상작품: 0과 나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일전, 조회 11

* 스포일러 주의


솔직히 말해, 딱히 신선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당장,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느껴지는 작품의 배경/설정이 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를지언정 그렇게 크게 어긋남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소설이 일종의 반전 소설같은 면이 있고, 거기에 이 작중 상황도 포함되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좀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건 소설의 아이디어가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서 그렇다. NPC에 인격을 부여하거나, NPC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거나, NPC 입장에서 유저에게 이용당하는 것은 물론, 인간이 그런 처지가 되는 것 역시 SF/판타지 장르에선 의외로 자주 다뤄지는 것이니까. 거기에 게임이란 틀을 씌웠다는 것 역시 그렇다.

그래도 소설에 장치적으로 사용한, 독자를 오해하게 만드는 것들이 별로인 것까지는 아니다. 다소 일부러 불친절하게 굴기도 하고, 그래서 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럼으로써 양쪽 입장 중 어느쪽인지를 끝까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불친절하게 느껴진 것은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냐에 의문이 있어서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의 입장에 동화되게하는 의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통해 얘기하려고 했던 소위 ‘역지사지’같은 걸 잘 보여주기도 해서 결론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다.

소설이 담고 있는 것, 이야기 하려는 것, 생각해보게 하려는 것, 메시지같은 것 역시 신선하지는 않은데, 인간/사회적으로도 많이 얘기되는 것인데다, SF에서는 더욱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걸 살짝 다르게 보여줄 뿐 그렇게 깊게 다루지도 않는다. 예를들어, 고도로 발달한 미래사회에서 고지능 AI가 하나의 인격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누가 더 인간다운가 하는 것 같은 거 말이다. 그런 걸 작가만의 시각을 담아 다루어 내기엔 아무래도 이야기가 너무 짧았다. 그래서 뭔가 익숙한 것의 겉을 대충 핥은 느낌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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