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정체성을 찾고 선조의 부정 당한 업적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떠나는 ‘가시밭’ 여정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주인공의 모험을 방해하는 것은 광활하고 적막한 우주 뿐만이 아니었고, 지구 대표자의 의도적인 훼방도 샘을 답답하게 합니다. 이를 피해 샘은 그리움 항성계의 황혼 행성에 도달하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송주의 흔적을 가지고 무사히 지구로 복귀하는 이야기 입니다. 과연 샘은 부정당한 송주의 업적을 바로잡고 그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브릿G에는 짧고 좋은 글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유독 잘 읽히는 편이었습니다. 완독한 뒤 돌이켜보니 작가님이 정확한 묘사와 감정 표현, 그리고 사회적이거나 시대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글쓴이가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설계하신 듯합니다. 수많은 어려움 끝에 다다른 곳이 ‘여성학 박물관’ 이라는 것은 아주 잘짜인 빌드업으로 보입니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 중요한 장치를 등장시켜 ‘미스리드’ 없이 나이스한 방식으로 독자를 반겨줍니다.
또한 비유로 가득 차 있어 글이 재미있엇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인 샘은 땅 밑에서 솟아나 모인 물을 일컫지만 전반부에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Sam은 흔한 남성형 이름이라는 것, 지구 대표자의 존재와 말이 의미하는 것, 주요 조력자들의 특성 그리고 주인공 모계에 대한 언급 등은 글의 주제의식과 아주 잘 결착되어 조화롭게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송주의 딸이 은하인데 그녀의 까마득한 손녀의 이름이 샘이라는 점, 우주적인 스케일을 거쳐 결국 다시 지구의 생명 혹은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근원의 단위로 돌아오는 이미지도 아주 좋았습니다. 결국 샘이 송주의 기록을 찾아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전체 스토리를 축약하여 품고 있다는 느낌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글쓴이 님의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짧은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