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도 형석이도 그들 모두 어렸고, 시대는 처참하며 잔혹하고 흉악하게 가슴을 할퀴었겠지요. 많은 사람이 삶에 불쑥 튀어나왔다 사라지고 스러지고 녹아버리는 이야기. 이것을 학도병의 이야기만으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화자가 만나는 모든 인물을 어린 학생으로 인식하고야 말게 되는 이야기의 힘을 체감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잊으려고 너스레를 떨던 전우가 죽어나가고 다음 달 귀국선에 타기로 했던 전우는 천국행을 타버렸으며 이십대 초반일 뿐이었던 젊은 병사들이 이름도 없이 낙엽처럼 쓰러져나가던 그 전쟁터에서 읽는 여러분은 어머니가 됩니다. 멀리서 아들의 비통한 편지를 받는 어머니가 되지요.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그런 전쟁은 없습니다. 오로지 참혹함뿐이에요. 진짜 전쟁이란 사실은 그렇겠지요. 아프고 괴로운 기억을 누구에게든 토해내고 싶은 마음에 화자는 자꾸 어머니를 찾지만, 사실은 그 편지가 어머니에게 전달될 수 없었으리란 사실을 우리는 모두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달되지 못한 울음이 되어 편지는 어느 폭약과 함께 타올랐을 수도 있고, 혹은 병사의 시체 무더기에 함께 매몰되었을 수도 있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적어 어디에도 남지 않았을 수 있지요.
납자루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담담하게 절제된 묘사인데도 어떤 이름 모를 학도병의 울음이 들리는 것처럼 현실적이에요. 다른 단편들 역시 좋아하는데, 브릿지에 처음으로 올리셨던 글이라 다른 글들을 쭉 읽어보며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그리고 만약 이 리뷰를 통해 납자루님의 다른 글들을 쭉 읽어보실 생각이 드신다면 올리신 순서대로 보시기를 추천해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읽었더니 제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아무 말이 길었습니다. 월남전은 너무도 먼 과거의 이야기지만, 분명히 참혹했고 고통스러웠을 병사들이 있었겠지요. 이 글은 어린 병사의 시점에서 전쟁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괴로운 글이지만, 그렇기에 안타깝게 읽힙니다. 글로 옮기지 못한 여러 이유로 일독을 권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