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은? 감상

대상작품: 단두대의 마리 앙투아네트 (작가: Younggam,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4일전, 조회 12

현재 미국 야구 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MLB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그 이름 오타니 쇼헤이 입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포지션에 따라 요구하는 신체적 능력에 차이가 있는데, 그렇다 보니 훈련 방식도 다르고 특히 투수와 야수는 다른 스포츠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하는 일이 다릅니다.

미국 야구의 경우 투수가 타자를 겸하는 리그도 있고 투수 중에 타격을 잘 하는 선수도 드물게 있긴 해도 결국 투수는 공을 잘 던져야 하고 타자는 공을 잘 쳐야 가치가 높지요. 투수와 타자 모두를 잘 하는 선수가 나온다 해도 이전까지는 두 포지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불문율을 깬 선수가 바로 오타니입니다. 보수적이고 불문율 또한 많은 미국의 야구 리그에서 그가 어떻게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둘 다 ‘잘’ 했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보면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 것 같습니다. 트릭에 집중한 작품을 보면 스토리가 빈약해 보이고, 이야기에 힘을 쏟은 작품을 읽고 나면 ‘그래도 미스테리는 반전과 트릭이 번뜩여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역시 독자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법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 작품 ‘단두대의 마리 앙투아네트’ 는 오타니 쇼헤이가 되고 싶은 작가님의 노력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훌륭한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브릿G 의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에 쓰이는 트릭은 주로 일본의 본격 추리 소설 작가들이 주로 애용하던 정밀한 기계같은 세트를 이용합니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여러 명작 추리 소설들을 보면 ‘정말 저렇게 작동이 될까?’ 싶은 정밀한 장치가 자주 등장하는데, 소설에서처럼 장치가 실제로 움직여줄 지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까다로운 독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복잡한 트릭 장치를 설계하는 작가님들의 고심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 작품을 쓰신 작가님께서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사건 현장의 트릭은 정교해 보입니다. 너 또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추리 소설을 쓸 때 특히 트릭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에도가와 란포와 아리스가와 아리스, 이외에도 여러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의 트릭에 대한 안내서를 보긴 하는데 여전히 어렵더군요.

작가님께서 그런 안내서들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트릭에 관해서는 엄지를 치켜들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주변의 여러 도구들과 단두대를 이용한 트릭을 한참 고민하다 보니 한 시간에 후딱 지나가더군요.

오랜만에 반 다인이나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추리 소설이 트릭에 너무 집중해서 서사를 놓치게 되면 그저 문제집처럼 트릭의 해결만 좇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김이 확 빠지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주인공의 경쟁자처럼 보이던 박 시온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해결과는 또 다른 글의 재미를 잡아줍니다.

뭐가 있겠거니 하는 느낌을 처음부터 주면서도 ‘혹시 이건가?’ 하는 반전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와 스토리의 짜임새를 모두 잡으려는 작가님의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고 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셨다고 봅니다. 까다로운 브릿G 독자님들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브릿G에서 미스테리물을 입문하고 싶다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추천할 만한 작품이 많지만 그 목록에 이 작품을 꼭 추가하고 싶습니다. 사건 현장을 상상하면서 작가님의 트릭에 함께 도전해보시는 것도 한 겨울 까페나 이불 속에서 시도하기 좋은 일상의 휴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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