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매니아들을 위한 작은 롤러코스터 감상

대상작품: 금기 (작가: 1648,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s, 8시간전, 조회 7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웠던 독자들에게 ‘롤러코스터 같다’는 비유가 어떤 울림으로 닿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롤러코스터’라는 놀이기구의 속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대하는 바가 명확하고.

둘째, 낯설지 않아도 즐거움을 보장하며.

셋째,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아도 그 순간의 감정은 선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스치듯 읽어본 ‘금기’라는 단편은, 이런 요소들로 정리될 수 있는 감상을 전해준 작품입니다. 비록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는 예열은 없었지만, 구절을 눈에 담는 순간부터 즐거움에 집중하는 내용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최애의 RPG를 ‘파이널 판타지 4 (Final Fantasy 4)’라고 버릇처럼 되새기고 있는 저에게는, 적지 않은 웃음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낀 이 소설의 즐거움을 세 가지 요소로 정리 해보겠습니다.

 

 

1) 고전 RPG의 패러디 및 오마주

 

작가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지금은 고전으로 불리고 있는 RPG게임의 요소를 최대한 패러디 및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름 대신 직업(마법사, 전사)으로 호칭되는 인물, 각종 함정으로 도배되어 있는 만렙 던전,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피통이 적지 않은 최종보스까지……. 그 시절 RPG를 살펴보면 꼭 오래된 고성과 지하 감옥이 배경으로 등장하곤 했는데, 그 눅눅하고 그리운(?) 배경까지 과감하게 소설로 가져왔습니다. 고립된 장소에 아이템을 챙기려다가 함정에 걸리는 장면이나, 화살 한 번에 터질 것 같은 박쥐 떼가 잡몹으로 등장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탐색하는 것 또한, 마치 식빵에서 건포도를 빼먹는 듯한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2) 유쾌함 하나에 집중하는 소설 구성

 

주인공 일행은 ‘보물’이라는 물욕에 이끌려 누가 봐도 위험한 곳에 발을 딛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적과 함정에 휘둘리며 고생합니다. 끝에는 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들어가서 모가지가 날아가는 동료들의 최후는, 혀를 차면서도 웃음이 절로 터지는 블랙코미디나 다름없습니다. 소문에 나오는 백작의 유령이 친히 나타나서 ‘환영’해주는 장면과 더불어, 이런 비극(?)이 반복될 거란 암시는 훌륭한 방점을 찍어줍니다. 불벼락이 떨어져도 아궁이에 머리를 들이밀 것 같은 이 유쾌한 친구얼간이들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깔끔한 문체와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장합니다.

 

 

3) 부담스럽지 않은 호러 요소

 

 

 

물론 소설의 구성은 무척 정직합니다. 모험가 일행이 보물을 노리고 성에 찾아갔다가 변을 당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죠. 사실 소재 면에서 독특한 점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고성에 얽힌 어두운 소문은 ‘바토리 에르제베트(Báthory Erzsébet)’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했고, 소설 자체에 상승하강 곡선은 명확하지만 그를 이끌어가는 이야기들은 방향이 지나치게 선명하여 굴곡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애초에 작가조차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유쾌함’이라는 요소는 무척 선명하게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죠.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물해주는 소설 ‘금기’는 RPG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괜찮은 놀이기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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